LG, '13사사구' 내주고 한화에 3-19 완패…4연패 수렁
4위 KIA에 0.5경기차 추격 받아…가을야구도 '위태'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지난 시즌 막판 LG 트윈스를 괴롭혔던 '볼넷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시즌 막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LG가 또다시 지독한 제구 난조에 빠졌다.
LG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쏠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19 완패를 당했다.
이날 LG 마운드는 스스로 무너져 내리며 한화의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 제물을 자처했다.
8회는 압권이었다. LG는 이날 내준 사사구 13개 중 절반이 넘는 7개를 8회에 쏟아냈다.
이날 경기 8회 LG 마운드에 등판한 김윤식, 배재준, 조원태 등 3명은 아웃카운트 3개를 잡으면서 무려 12점을 헌납했다.
앞서 팀이 1-4로 뒤진 5회말 무사 1, 2루에서 등판한 고우석도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클로저까지 제구 난조를 보인 것은 이날 LG의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를 무력하게 내주면서 LG는 어느새 4연패에 빠졌다. 시즌 68승 1무 55패를 기록하며 선두권과는 6경기차로 멀어졌다.
같은 날 KIA 타이거즈가 NC 다이노스에 잡히며 힘겹게 3위 자리는 유지했으나, 격차는 여전히 0.5경기차에 불과하다.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LG는 분명 시즌 초반만 해도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탄탄한 마운드 전력을 자랑하며 통합우승 2연패를 향한 여정에 당당하게 들어섰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팀의 든든한 마무리였던 유영찬이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전력에서 이탈했고, 외국인과 아시아쿼터 자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송승기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여기에 순위 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9월에 들어서자 구원 평균자책점은 5.55까지 치솟았다. 리그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후반기 반격을 노리던 LG는 어느새 선두 싸움은커녕 가을야구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마운드가 한 번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 LG의 문제다.
지난달 21일 대전 한화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LG는 9-0으로 앞서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한화에 11-15로 역전패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 역전패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뼈아픈 패배였다.
당시 선발로 등판한 송승기(4⅓이닝 5실점)를 비롯해 마운드에 오른 6명의 투수진은 장단 20안타를 맞으며 굴욕패를 만들었다. 여기에 사사구도 8개나 내주며 대량 실점을 자초했다.
그보다 앞선 7월29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4시간26분 동안 이어진 난타전 끝에 11-18로 패했다.
당시 경기에선 선발 박시원(3⅔이닝 1실점)에 이어 7명의 불펜진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으나, 이미 크게 점수 차가 벌어졌음에도 좀처럼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며 경기를 지난하게 끌고 가야 했다.
후반기 들어 크게 흔들리는 LG 마운드를 바라보며 팬들은 자연스럽게 지난 시즌 막판의 '볼넷 악몽'을 떠올렸다.
비록 순위는 달랐지만, 지난 시즌 막판에도 LG는 볼넷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선두 확정을 코앞에 둔 지난해 9월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LG는 NC에 5-10으로 패했다.
6회까지 5-3으로 앞서던 LG는 김형준, 최원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2사 2, 3루 역전 위기를 초래했고, 이후 역대급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정용에 이어 마운드를 건네받은 함덕주, 백승현, 이지강은 무려 6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뒤 이어 도태훈마저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며 7타자 연속 사사구라는 KBO 역대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6타자 연속 밀어내기 실점 역시 신기록이었다.
기세가 꺾일 대로 꺾인 LG는 시즌 막판까지 연패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전해야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LG는 다시 비슷한 장면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선두 수성을 눈앞에 두고 볼넷에 발목을 잡혔다면, 올해는 가을야구 순위 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제구 난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경쟁팀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대량실점은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번 흐트러진 분위기는 쉽게 연패로 이어진다.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LG가 살아남기 위해선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만큼이나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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