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원전·자원 찾는 '땅속 정밀 지도'…100년 만에 남한 전역 지질도 완성

기사등록 2026/09/10 10:00:00 최종수정 2026/09/10 10:54:24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가기본지질도 완간

1924년 첫 도폭 발간 후 남한 357도엽 완간…100여년 국가 지질조사 결실

암석·지층·단층 정보 집약…자원 탐사부터 원전·터널·산사태 대응까지 활용

도엽 경계 잇고 AI·디지털트윈 접목…2027년부터 3D 지질정보 체계 전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발간한 국가기본지질도의 종류. (사진=지질자원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대한민국 남한 전역의 암석과 지층, 단층 등 복잡다단한 지형 정보를 총망라한 축척 1대 5만 '국가기본지질도'가 완성됐다. 일제강점기 첫 붓을 들었던 1924년 이후 100여 년 만이다.

지질도는 일반 지도처럼 땅 위의 길과 건물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가 아니다. 암석의 종류와 생성 시기, 지층의 분포와 선후관계, 단층·습곡 같은 지질구조를 색과 기호로 기록한다. 이 정보는 자원·지하수 탐사부터 도로·터널·원전 등 기반시설 건설, 산사태·지진 위험 분석까지 국토를 이용하고 안전을 판단하는 기초자료로 쓰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10일 대전 본원에서 '국가기본지질도 완간 국제 학술포럼'을 열고 남한 지역 357도엽의 완간을 공식 선포한다.

◆산·섬·접경지 직접 누벼…남한 357도엽 채우는 데 100여년

국가기본지질도의 역사는 조선총독부 산하 지질조사소가 1924년 1대 5만 축척의 첫 도폭을 발간하면서 출발했다. 초기 조사는 식민지 자원 수탈이 목적이었으나, 광복 이후 국내 1세대 지질학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산업화에 필요한 석탄, 시멘트 원료 등 국가 자원 개발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1963년부터 국가기본지질도 제작 사업이 공식화되어 내륙에서 휴전선 접경지, 먼 섬으로 조사를 확대해 왔다.

지질도 제작을 위한 현장 지질조사에서 쓰이는 장비들의 모습. (사진=지질자원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질도 한 장을 완성하는 과정은 고난도의 학술 노동이다. 연구자 2~3명이 산과 하천, 해안을 직접 발로 누비며 암석을 깨 시료를 채취하고 광물 조성, 미세조직, 암석 연대를 분석하는 데 도엽 1장당 통상 2년이 소요된다. 서·남해 먼 섬에서는 기상 악화로 발이 묶이기 일쑤였고, 휴전선 일대에서는 군부대 협조를 받아 위험 지역을 수색했다.

권이균 지질자원연 원장은 "지질도를 독자적으로 그려낼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데만 박사과정을 포함해 입사 후 10년 이상, 총 20년의 현장 경험이 쌓여야 한다"며 "많은 인력과 자본을 대거 투입한다고 해서 결코 단시간에 끝낼 수 없는 지식집약형 국책 과제"라고 설명했다.
국가기본지질도 도폭 발간 현황. (사진=지질자원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원·원전·산사태까지…국토 개발·안전의 '기초 인프라'

지질도는 일반인이 일상에서 직접 펼쳐보는 지도는 아니지만 국토 개발과 안전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1대 5만 지질도만 보고 곧바로 광물이나 지하수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자원·지하수 탐사나 지진·단층 연구를 시작할 때 기존 지질정보를 토대로 추가 조사 위치와 방법을 정할 수 있다.

권 원장은 "그동안 국가기본지질도가 단단히 받쳐주었기 때문에 우리가 사회 인프라 구축과 방재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며, 지질도가 대형 SOC 건설과 산사태 모니터링, 지진 위험성 분석의 숨은 인프라 역할을 해왔음을 재확인했다.

재해 대응에도 활용된다. 암석마다 풍화되는 정도가 다르고 지층의 기울기나 경계면에 따라 지반 안정성도 달라진다. 같은 산이라도 어떤 암석으로 이뤄졌는지에 따라 지형이 달라지고 산사태·낙석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지질연은 지질정보를 토대로 위험지역을 분석하고 산사태 모니터링 기술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지질 자체도 복잡하다. 작고 좁은 국토에 25억 년 전(대이작도·소이작도 일대) 형성된 고대 암석부터 비교적 최근 형성된 지층까지 다채롭게 섞여 있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복잡하고 아기자기한 암석 생태계를 자랑한다.
시기별 국가기본지질도 발간 현황. (사진=지질자원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완간은 '1판'일 뿐…도엽 경계 잇고 AI·3D로 땅속까지

이번 완간이 우리 국토에 대한 지질조사의 끝은 아니다. 100여년에 걸쳐 서로 다른 시기와 기술로 제작된 만큼 도엽 경계가 맞지 않거나 과거에는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 암석 연대도 존재한다. 지질연은 이번 완간을 남한 전역을 아우르는 '제1판' 완성으로 보고 기존 지질정보를 계속 갱신할 계획이다.

먼저 100여년간 축적된 자료를 표준화·디지털화하고 개별 도엽의 지질정보를 서로 이어 경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경계정합형 지질도(Seamless Geologic Map)'로 고도화한다. 여기에 AI·디지털트윈을 접목해 지표 중심의 2차원 정보를 지하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국가 3차원 지질정보체계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3D 지질정보는 전국을 같은 깊이로 다시 그리는 방식이 아니다. 도심지, 지진 위험지역,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이산화탄소 저장소 등 필요성이 큰 지역부터 목적에 맞는 심도까지 구축한다. 얕은 도심 지하부터 고준위 방폐장 부지의 약 500m~1㎞, 이산화탄소 저장을 위한 1~2.5㎞, 지진 연구를 위한 더 깊은 영역까지 필요에 따라 범위가 달라진다.

지질연은 2027년부터 지질조사 체계를 3차원 지질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은 상태다. 다만 전국 단위 3차원 지질도 구축 여부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권 원장은 "지질데이터를 AI·디지털트윈과 융합해 국가 자원안보와 국민 안전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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