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도 전쟁 고착화?
"예멘 정부군-후티간 500여명 사망"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예멘 친(親)이란 무장조직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에 광역 공습을 가하고 사우디가 반격을 예고하면서, 8년간 이어졌다가 2022년 간신히 휴전한 예멘 내전이 사실상 재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미국-이란 전선이 6개월을 넘기고도 종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보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사우디 연합군-후티 전선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 소장은 8일(현지 시간) "후티가 아브하, 캄미스 무샤이트, 지잔, 나즈란 지역의 민간 및 경제시설을 공격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무부는 별도 성명에서 "사우디 왕국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정당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며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이에 후티는 "사우디는 최근 사흘간 예멘을 121회 공습해 수많은 사람이 숨졌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사우디에) 탄도미사일·드론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침략이 중단되고 예멘에 대한 봉쇄가 해제될 때까지, '포위에는 포위로'의 대응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먼저 후티 공격을 멈추라는 것이다.
사우디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도 후티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후티와의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정부군과 후티는 7일 알자우프, 타이즈, 알바이다 등지에서 전투를 벌였다. 정부군은 후티가 장악한 수도 사나 탈환을 목표로 주요 관문 거점 공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양측 사망자는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24가 AFP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3일부터 8일까지 정부군 216명, 후티 27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인 희생자 29명을 합치면 6일간 예멘에서 533명이 숨졌다.
알자지라는 현재 예멘 상황에 대해 "2022년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교전"이라며 "사우디 지원을 받는 정부군은 내전과 분열을 끝내고 국가 전체 탈환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군이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지원을 받던 남부 지역 반군 조직 격퇴에 성공하면서, 현재 국내에 남은 반정부 무장 세력은 후티뿐이라고 한다.
다만 후티는 이란 군사 지원을 토대로 역내 패권을 오래 다져온 만큼, 정부군과 후티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장기 내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바샤리포트 설립자인 무함마드 알바샤는 "전쟁이 신속한 군사작전보다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후티는 여전히 강력한 군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밀려나더라도 사다·하자·사나 등에 걸친 북부 산악지대를 거점으로 저항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결국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사우디 지원 정부군-후티간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중동 내 에너지 양대 수출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모두 막히는 '두 개의 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레아 알 무슬리미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사우디는 그간 후티와의 직접적 전쟁을 피하려고 노력해왔으나, 이제는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CNN도 이날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리야드는 (후티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중부사령부와 유럽 파트너국들에게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동 주요국에도 후티 공격에 동참할 것을 설득해왔다고 한다. 이집트·요르단·UAE·카타르·쿠웨이트·튀르키예는 8일 후티의 사우디 공습 직후 후티 규탄 성명을 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사우디와 매우 강력한 방위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는 매우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주(駐)예멘 미국대사관은 "후티가 이번 분쟁을 시작했으며, 사우디는 자위권이 있다"고 밝혔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연구원은 "후티는 바브엘만데브와 더 가까운 지역으로 영향권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며 "예멘 분쟁이 독자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미국-이란 적대행위가 끝나더라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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