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이주 예정 17만9310가구
새 아파트 공급은 갈수록 뒷걸음
"임대차 시장 충격 줄일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향후 수년간 서울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뜩이나 마른 전월세 시장에 추가 충격이 우려된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가뭄인 가운데 대규모 이주가 겹치면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7월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26~2030년 정비사업 관련 이주 예정 물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이주가 예정된 정비사업 구역은 207곳, 이주 대상 가구 수는 총 17만9310가구에 이른다.
연도별 물량은 올해 2만4844가구, 2027년 1만3446가구, 2028년 4만5256가구,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 5만6662가구로, 2028년부터 이주 수요가 대폭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구별 누적 이주 물량은 양천구가 3만1112가구로 가장 많다. 송파구(2만4708가구), 강남구(1만5852가구), 영등포구(1만3395가구), 용산구(1만2678가구)가 뒤를 잇는다.
당장 올해 하반기 노량진1구역(3897가구), 노량진3구역(1038가구), 북아현2구역(2862가구) 등에서 이주 절차가 진행된다. 은마아파트(4424가구)는 내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후년에도 신림1구역(4410가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북아현3구역(3530가구) 등 4000가구 안팎의 대단지 이주가 집중돼 있다.
정비사업은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당장 발생하는 이주 수요는 임대차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등 실거주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서울 전월세 시장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 전월세 매물은 3만7136건으로, 올해 초(4만4424건) 대비 16.5%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7월까지 누적 6.34% 상승했다.
신규 공급이 줄고 있는 점도 악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제외)은 올해 1만9368가구에서 내년 1만6488가구로 14.9% 줄고, 2028년에는 1만3279가구로 31.4%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난 자극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장별 이주 시기를 분산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도 개포 등 대규모 정비사업 단지에서 순차 이주가 유도된 바 있다.
전용기 의원은 "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울과 경기 지역의 전월세 시장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라며 "사업 일정과 주변 주택 수급을 면밀히 살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고 임대차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이주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주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다 주택 공급 시점이 연기돼 장기적인 공급 가뭄이 악화될 수 있는 점은 딜레마로 꼽힌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이주 수요를 분산한다고 착공 시점을 늦추면 공급 절벽이 연장될 수 있다"며 "전월세 시장을 보고 정책을 설계할 거냐, 3년 뒤를 보고 설계할 거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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