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게르마늄·텅스텐·안티모니·NdPr 대상
美, 중국산 저가 광물 대응 '가격 하한·조정관세' 구상
정부 "ATCM 참여 여부 미정…산업계·주요국 의견 수렴"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핵심광물 무역협정(ATCM) 참여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갈륨과 게르마늄 등 5개 전략핵심광물의 공급망과 기준가격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분석에 착수한다.
미국이 중국산 저가 핵심 광물에 대응해 가격하한과 조정관세 등을 활용하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상하면서 한국도 참여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11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전략핵심광물 공급사슬·기준가격 분석 및 정책수단 평가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대상은 갈륨·게르마늄·텅스텐·안티모니와 희토류 원료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등 5개 광물이며 연구 기간은 올 연말까지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5개 핵심광물을 중심으로 기준가격 논의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신속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ATCM 참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글로벌 원자재 정보업체 S&P글로벌이 최근 공개한 5개 핵심광물 시장 분석과 가격지표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S&P글로벌은 갈륨·게르마늄·텅스텐·안티모니·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의 공급망 병목과 구조적 비용, 투자 요건 등을 분석한 시장 보고서와 가격지표를 공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7일 "이 같은 가격지표는 핵심광물 무역협정(ATCM) 협상에 참고될 것"이라며 "국경조정 가격하한제를 구축하기 위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핵심광물 생산 단계별로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협정 참여국에서는 이를 가격하한선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광물이 들어오면 조정관세 등을 적용해 중국의 저가 공급에 대응하고 우방국 내 광산·제련 투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5개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와 국제 기준가격을 분석하고, 국내 산업의 가격 수용성과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국제 기준가격의 국내 적용 가능성과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가격 수준도 검토한다.
ATCM 참여국과 비참여국 간 정책 차별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도 분석한다. 미국의 가격·관세 정책과 보조금, 장기구매계약 등 대체·보완 수단을 비교하고 비참여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광종별 대응 방안도 마련한다.
다만 한국의 ATCM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참여 제안을 받은 단계도 아니며, 기준가격이나 조정관세 도입에 대한 정부 입장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광물을 생산·공급하는 기업과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수요기업의 이해가 서로 다른 만큼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참여에 따른 득실을 따져볼 계획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핵심광물을 주로 수입하는 유럽연합(EU), 일본 등과도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협상이 구체화할 경우 수입국의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검토는 대미 투자 등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이 핵심광물 분야에서도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다만 정부는 대미 투자 협상과 ATCM을 직접 연계하기보다 별개의 사안으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광물 상당량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반면 이를 활용한 반도체와 배터리 등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수출하고 있다. ATCM 참여는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산 광물을 대체할 경우 국내 기업의 원재료 조달비용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드는 비용과 국내 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ATCM 참여 여부와 정부 입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업들의 의견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대응 방향을 판단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는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 분석 결과를 수시로 받아 미국의 협정 추진 동향에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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