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혐오표현 퇴진 공동행동단, 9일 토론회
과거 인권위 조사, 정치인 혐오표현 영향·양상 분석
국내외 사례서 혐오발언 후 증오범죄 확산 확인도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퇴진 공동행동단은 오는 9일 오전 10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규율을 위한 법 개정 국회토론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공동행동단이 마련한 관련 5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정치인과 공직자의 혐오표현에 대한 책임과 규율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될 전망이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조혜인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과거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 발언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발표한다.
해당 조사 첫해인 2019년에는 응답자의 58.8%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021년에는 46.6%로 다소 낮아졌지만, '정치인의 혐오표현이 과거보다 증가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46.8% 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인 등 유명인이 혐오표현을 사용하면서 혐오표현이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게 됐다'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9년 49.4%에서 2021년 76.3%로 크게 증가했다.
불과 2년 사이 같은 질문에 대한 동의성 응답이 26.9%포인트 오른 배경에는 고위공직자의 반복적인 혐오표현 사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토론에 참여해 고위공직자의 혐오발언에 따른 여파를 소개한다.
사례로 제시된 권성동 전 국회의원은 2022년 12월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유가족을 정치·금전적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당시 온라인 댓글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를 언급한 댓글은 발언 전 5건에서 발언 후 209건으로 급증했으며, 유가족을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도 21건에서 283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권 의원의 발언 이후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정쟁' 프레임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10월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소방 인력 사전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해당 발언 보도 이후 유가족을 혐오하는 댓글은 238건에서 2218건으로,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댓글은 471건에서 1757건으로 각각 급증했다. 이상민 전 장관의 발언을 재인용한 댓글도 132건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사례에서도 고위공직자의 발언 이후 혐오표현과 증오범죄가 확산된 사례가 나타났다.
해당 칼럼이 실린 다음 주 영국 내 반무슬림 사건은 전주 8건에서 38건으로 3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22건은 니캅을 착용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었다. 이후 3주 동안에도 반무슬림 사건 57건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의 무단 입국을 반복적으로 '침공(invasion)'이라고 표현한 사례도 2019년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 당시 총격범이 작성한 문건에서 '히스패닉 침공(Hispanic invasion)'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하는 등 정치인의 언어와 증오범죄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토론회 패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들어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 변호사는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은 발화자의 지위와 영향력, 표현의 파급력, 선동의 즉각성을 포함한 개연성 등을 고려할 때 중간 수준 이상의 해악성이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된다"며 "기존의 차별과 혐오표현이 서로를 부추기며 순환한다는 점 등에서 혐오표현 문제는 표현의 자유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선임간사도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은 표심 확보, 지지층 결집, 정치적 적대감 강화, 언론의 주목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 갈등을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은 무시되거나 메아리로 사라지지 않는다. 공론장에 유포되는 순간 학습을 통해 더욱 번져나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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