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프리즈 서울, 7만명 찾았다…유영국 25억원 최고가

기사등록 2026/09/06 16:07:07 최종수정 2026/09/06 16:57:08

100억대 초고가 대신 폭넓게 거래…70달러 작품도 400점 팔려

신세계 후원에 셀럽·VIP 몰리며 '미술 축제'로…서울 전역으로 확장

내년 DDP 이전해 키아프와 분리 개최…"행복한 결혼생활은 계속"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PKM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윤형근과 구정아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화려함 대신 실리를 택했다.

서울에 처음 상륙했을 때 수십억~100억원대 작품으로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의 위용을 과시했던 프리즈 서울이 5년 만에 달라졌다. 초고가 작품 몇 점을 앞세우기보다 실제 거래가 가능한 수억원대 이하 작품을 두텁게 내놨다. 한국 미술시장에 맞춰 가격과 작품 구성을 현실화하며 안정세를 찾으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이 5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올해는 약 3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6일 프리즈에 따르면 나흘간 7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 방문객은 54개 국가 및 지역에서 찾아 역대 가장 다양한 국제 참여를 기록했다. 25개국 178개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도 방문해 기관 참여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프리즈서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최고 25억에 팔린 유영국 1971년작 ‘Work’(137x137cm)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판매의 특징은 '초고가 몇 점'보다 폭넓은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최고가 수준은 국제갤러리가 판매한 유영국의 1971년 회화였다. 22억~25억원에 팔려 프리즈 서울 5년 역사상 한국 작가 작품 최고 판매가를 기록했다.

국제갤러리는 이와 함께 하종현, 박서보, 김윤신 작품도 판매했다.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는 6억~7억2000만원에 팔렸다. 김용익의 2023년작 '물감 소진 프로젝트 23-22: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는 약 2100만~2500만원, 안규철의 2026년작 '미술 세계지도'는 2400만~2880만원에 판매됐다. 홍승혜의 2026년작 'Family'도 400만~480만원에 팔렸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 5점과 이승택 작품 3점을 판매해 총 23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김창열 작품은 최고 110만 달러, 이승택은 최고 70만 달러였다. 학고재는 이준의 ‘송’이 1억5000만원, 송현숙 회화fmf 1억원에 팔았다. 유리의 150호와 80호 작품 두 점, 채림의 출품작 4점도 새 주인을 만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갤러리현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PKM갤러리도 구정아의 '우스' 황금 조각을 3억~3억5000만원, 윤형근 작품을 4억~4억5000만원에 팔았다. 제이슨함은 이목하 작품을 20만 달러에 판매했다. 비비앤엠은 이불 작품을 19만5000~29만 달러에 모두 판매했다. 리안갤러리는 마츠야마 토모카즈 작품을 29만 달러에, 이강소 작품을 3억2000만원에 팔았다.

해외 메가갤러리에서도 수억원대에서 10억원대 작품 판매가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데이비드 즈워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110만유로에 팔린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 회화를 120만 달러에 국내 주요 기관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아드리안 게니 회화를 110만 달러, 안토니 곰리 조각을 75만 파운드에 팔았다. 화이트큐브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회화를 62만5000유로에, 박서보 작품 두 점을 각각 30만 달러와 19만 달러에 판매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약 149만 달러(20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우국원과 김선우 작품은 모두 팔렸다. 알민 레쉬는 이우환 회화와 조지 콘도의 종이 작품 등을 판매했다. 두 작품은 각각 125만~150만 달러에 출품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STPI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서도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리만머핀은 서도호의 프레젠테이션과 갤러리가 소개한 다른 한국 작가들에게도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김윤신의 작품 세 점을 각각 3만~8만 달러에, 유귀미(Guimi You)의 작품 두 점도 판매했다. 싱가포르 STPI는 서도호의 2025년작 실 드로잉 ‘Breathing Home’을 22만 달러(약 3억원)에 판매했다.

페이스갤러리는 110만 달러에 출품된 유영국 회화를 중심으로 좋은 판매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즈워너도 쿠사마 야요이와 조르조 모란디,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의 작품을 판매했다.

글래드스톤은 키스 해링의 1982년 종이 작품 10점을 총 250만 달러(약 35억원)에 판매했다. 한 해외 컬렉터가 한꺼번에 구매했다.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은 점당 11만 달러, 안드로 웨쿠아의 작품은 11만 유로에 팔렸다. 아니카 이의 해조류 조명 작품은 12만5000달러, 로버트 라우션버그 작품은 20만 달러, 매튜 바니의 드로잉은 11만 달러에 판매됐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글래드스톤에서 판매한 키스해링 작품. 2026.09.02.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국제걀러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2026.09.02. pak7130@newsis.com


특히 프리즈에서는 작품이 팔리자마자 판매 가격과 실적을 공개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해외 메가갤러리뿐 아니라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등 국내 메이저 화랑들도 판매 작품과 가격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가격 공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국내 미술시장 관행과 달리 거래 자체를 갤러리와 작가의 성과로 내세워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했다.

가격 공개는 올해 프리즈 시장의 흐름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고가 작품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반대편에서는 100달러도 안 되는 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포커스 섹션에 참가한 휘슬은 dpgp78의 스펀지 블록 회화를 70달러부터 판매했다. 500점 가운데 400점 이상이 팔렸다. 메이크 룸도 6000~5만 달러 가격대 작품 7점을 개막일에 판매했다.

기획 섹션에서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작가들의 작품도 거래로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SOLUNA FINE ART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정다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2026.09.02. pak7130@newsis.com


고원석이 기획한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선화랑이 올해 87세인 석난희의 1987년 회화를 8800만원에 판매했다. 석난희를 처음 접한 큐레이터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프리즈 서울에 처음 참가한 홍콩 더블 큐 갤러리는 조르제 이바치코비치 작품 4점을 판매했다. 백아트는 한영수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시아와 서구권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팔았다.

조혜영이 기획한 '머티리얼 프랙티스'에서는 재료와 물성을 앞세운 작품들이 움직였다. 로스앤젤레스 마르타는 한국 화가 이명애의 27패널 작품을 작가 최고가인 3만4000달러에 판매했다. 함께 소개한 한국 가구 디자이너 김민재의 작품도 팔렸다.

서울 라힌은 김규의 나무 달항아리 작품을 해외 컬렉터들에게 모두 판매했다. 뉴욕 워터폴 아트 & 갤러리는 이승희의 도자 작품 여러 점을 3만6000~4만 달러에 팔았다. 솔루나 파인 아트는 장승택 작품을 1만~1만5000달러에, 박종진 작품 세 점을 각각 6000~4만 달러에 판매했다.

'100억원짜리 한 점'보다 '얼마나 많은 작품이 거래됐느냐'에 무게를 둔 올해 프리즈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3일 프리즈 사이먼 폭스 CEO가 한국기자들을 만나 올해 프리즈서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9.3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3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초고가 작품이 줄어든 것이 한국 시장의 구매력 저하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한두 건의 대형 판매가 시장의 건강성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전체 거래량"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미술 전문매체의 평가도 비슷했다. '아트뉴스페이퍼'는 올해 서울 미술시장을 이전보다 "성숙했지만 덜 들뜬" 시장으로 평가했다. 갤러리들이 신중한 가격 책정과 젊은 작가를 앞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아트넷은 판매가 예상보다 좋았다는 반응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국 갤러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프리즈 서울의 국제적 흡인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소개했다.

다만 시장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아트넷은 일부 갤러리가 예상보다 좋은 판매 실적을 올렸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참가 갤러리 가운데 약 40곳이 한국 갤러리라는 점을 들어 프리즈 서울의 국제적인 흡인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소개했다.
Frieze Seoul 2026. Image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재판매 및 DB 금지


프리즈 측은 오히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한국 갤러리의 확대를 서울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신진 작가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격대에서 작품 판매가 이뤄졌다"며 "프리즈 서울은 점점 더 국제적인 페어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정체성의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이 있다"고 말했다.

참가 갤러리들도 한국 시장의 구매력과 해외 컬렉터 유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김창열과 이승택의 판매에 대해 "판매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국제적 위상과 지속적인 미술사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 컬렉터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과 미국 컬렉터에게도 작품이 판매됐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즈워너의 제임스 그린 어소시에이트 파트너는 "한국에는 서구 작가에 대한 이해가 깊은 수준 높은 컬렉터층이 있다"며 "이 지역의 구매력 역시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5년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이 한국 시장의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지화가 빨라진 만큼 첫해 서울 미술계를 긴장시켰던 파격과 희소성이 옅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전시 동선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막 떠오르는 낯선 작가와 과감한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초기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다. 한국 갤러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키아프와 프리즈의 차별성이 무엇이냐"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왔다.

새로운 발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석난희와 이명애 등 기획 섹션에서는 새로운 작가들이 주목받았다. 다만 첫해 서울을 흔들었던 낯섦과 충격은 옅어졌다.

신세계그룹이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6(Frieze Seoul 2026)'에 '일상 속 예술 경험'을 전하는 특별한 공간 '신세계 라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세계 라운지를 찾은 관람객이 폴 콕스의 'Diary' 연작을 감상하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반면 작품의 스펙터클이 줄어든 자리에서는 사람의 스펙터클이 커졌다.

올해 처음 헤드라인 파트너로 합류한 신세계그룹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를 비롯해 국내외 컬렉터와 연예인들이 몰리면서 행사장은 미술품 거래장을 넘어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사교가 결합된 거대한 문화 축제를 방불케 했다.

다만 후원 콘텐츠의 미술계 화제성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전 파트너 LG가 한국 작가를 집중 조명하며 프리즈 서울의 장소성과 연결했다면, 신세계는 첫해 해외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규모 라운지와 VIP 행사는 화제를 모았지만 전시 콘텐츠 자체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프리즈 위크도 코엑스 밖으로 넓어졌다. 을지로·한남·청담·삼청에서 열린 '네이버후드 나잇'에는 관람객이 몰렸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유영국,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와 크리스틴 선 킴,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뮤지엄 산의 이배 등 주요 전시도 동시에 열리며 서울 전체가 거대한 미술 축제장으로 변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국내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개막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광고가 보이고 있다. 2026.09.02. pak7130@newsis.com


5년간 이어진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의 '한 지붕 두 가족'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재개발에 따라 내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긴다.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는다. 2022년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출발한 두 아트페어가 내년부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열린다.

개최지 결정이 늦어지면서 한때 미술계에서는 프리즈가 서울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프리즈는 서울 잔류를 택했다.

프리즈 서울 출범 당시 폭스 CEO는 키아프와의 공동 개최를 두고 두 아트페어가 ‘결혼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고 '이혼'은 아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키아프와 장소를 달리하는 것을 두고 "별거냐, 이혼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결혼생활은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프리즈와 키아프는 파트너십을 2031년까지 연장했다. 장소는 갈라지지만 협업 프로그램은 이어간다. 프리즈는 DDP 이전과 함께 프리즈 하우스 서울을 통한 연중 전시와 갤러리 레지던시, 특별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내년 여름에는 'frieze' 한국어판 계간지도 창간한다.

관건은 DDP다. 코엑스보다 전시 공간이 작은 DDP에서 프리즈는 참여 갤러리와 프레젠테이션을 더욱 엄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시장에 맞추며 안정세를 찾은 프리즈 서울. '한 지붕'을 벗어나는 내년부터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새로운 시험대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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