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술접대 의혹' 지귀연 기소…池측 "무리한 법률적용 유감"(종합2보)

기사등록 2026/09/04 12:22:24

2023년 8월 409만원 상당 결제 요구 결론

청탁금지법 위반만 기소…징계도 통보

지귀연 측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 취급"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수사기한 종료를 앞둔 해병특검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하는데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이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이 직접 나서서 본인들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들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2025.11.26. jhope@newsis.com

[서울·과천=뉴시스]권지원 박선정 오정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의 술접대 의혹이 불거진지 1년여 만에 그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 부장판사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공수처의 무리한 법 적용에 유감을 표명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는 4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 부장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 지인 변호사 2명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예약제 주점을 방문해 409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술자리 참석자는 지 부장판사와 변호사 2명 등 모두 3명으로, 전체 금액을 참석자 수로 나누면 지 부장판사가 받은 향응 가액은 136만원 상당이 된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성에 관련 없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공수처는 변호사 2명이 술값을 나눠 냈기 때문에 동일인에게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지 부장판사를 함께 접대한다는 의사를 공유하고 비용을 분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술자리의 특수성과 세 사람이 근무연으로 연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경험칙상 두 사람이 함께 접대한다는 의미로 비용을 나눠낸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지 부장판사는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고 술에 취해 주점에서 잠이 든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시간 함께 술을 마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택시 승차 기록 등을 근거로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 들어간 후 약 4~5시간이 지난 뒤에야 택시에 탄 사실을 확인했다. '한두 잔 마신 뒤 먼저 나왔다'는 지 부장판사의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공수처는 그가 일찍 주점에서 떠나 길거리 등에서 잠들었을 가능성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인근 주취자 관련 신고와 절도 신고 내역 등을 들여다봤지만, 관련 신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확보한 금융계좌 등을 통해 이들이 해당 주점에서 두 차례 만난 것으로 보고,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 여부에 주목해 왔다.

다만 지 부장판사가 이들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아 대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2013년 수원지법 근무 당시 A씨가 맡은 사건을 패소에서 승소로 뒤집었지만, 10년도 더 지나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봤다.

공수처는 2024년 9월 이들을 포함한 5명이 총 416만원 상당을 결제한 점에 대해서는 1회 향응 액수가 100만원 미만이라 청탁금지법 위반이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등 관련 피고인들에게 주문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제공) 2026.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공수처 수사대상에는 청탁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아 해당 혐의만으로는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의 범죄나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는 관련 범죄로서 수사가 가능하다.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5월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 부장판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가 없이 관련 범죄만으로 고위공직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관련 범죄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다는 다수의 의견을 받은 뒤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의 무리한 사실인정 및 법률적용에 대해 당혹감을 금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 판사 측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도 전혀 없는 자리였다고 주장하면서 "설령 공수처 주장과 같이 제 의뢰인이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등의 액수가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법리적으로 청탁금지법위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임의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인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 2명에 대한 처분은 아직 검토 중에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가 아닌 경우 청탁금지법상 공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이들의 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여러 방향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한 공수처는 제보자, 관련자, 공여자 등을 통해 일부 진술을 확보했고 지난 5월 지 부장판사를 소환했다.

지 부장판사는 의혹이 제기된 당시 사실이 아니라며 "그런 곳에 가서 접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공수처는 이날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기며 대법원에 징계를 통보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징계할 수 있다.

징계 처분에는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정직, 1개월 이상 1년 이하 기간 동안 보수 3분의 1 이하를 감액하는 감봉, 견책 처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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