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역사에 현대적 감각 더하고 가성비·체험까지
'옛 술' 이미지 벗고 다양한 취향·새로운 경험 공략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국내 주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전통주를 찾는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가 옛날 술이 아닌 개성과 스토리를 갖춘 트렌디한 주류로 재해석되면서 유통업계도 역사와 지역성을 살린 이색 상품부터 가성비 제품, 체험형 콘텐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4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2021년 309만9826㎘에서 지난해 298만7726㎘로 3.6% 감소했다. 반면 지역특산주 출고량은 같은 기간 25.6% 증가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체 주류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지역성과 차별화된 제조 방식 등을 앞세운 전통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전통주에 현대적인 맛과 스토리를 입힌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CU는 신라의 역사 속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리미엄 증류주 '신라주'를 출시했다.
신라주는 해동역사와 지봉유설 등 역사 문헌에 등장하는 전통주로,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시문에도 언급될 만큼 당시 동아시아에서 그 풍미가 알려진 술로 전해진다.
CU가 선보이는 신라주(375㎖·알코올 도수 20%)는 제조사 우리술컴퍼니가 신라시대 문헌 기록과 경주 지역에 전해 내려온 가양주 레시피 등을 참고해 재현했다.
쌀과 찹쌀을 기본으로 국화꽃과 구기자나무 열매를 사용했으며 전통적인 발효와 증류·숙성 과정을 거쳐 은은한 쌀의 단맛과 국화향,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했다.
편의점 업계는 전통주를 젊은 소비자가 즐길 수 있도록 맛과 도수, 가격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스타셰프 윤남노와 협업한 '윤남노 복담주'를 선보였다. 복분자주에 대한 젊은 소비층의 관심과 탄산음료나 꿀 등을 섞어 마시는 이색 음용법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세븐일레븐 전통주 카테고리 1위에 오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세븐일레븐의 전통주 매출은 올해 들어 지난달 12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7배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2030세대 매출 비중은 36%로 5년 전보다 약 8%포인트 높아졌다. 외국인 매출도 올해 48%, 지난해 68%, 2024년 9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S25는 전통주의 핵심 경쟁력을 가성비에서 찾았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강원 동해시의 소규모 양조장 낙천과 협업해 1ℓ 대용량 막걸리 '일생막걸리'를 선보였다.
낙천 양조장은 동해 약천골 지하 150m 황토 암반층에서 얻은 천연 지장수로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이다.
GS25 역시 최근 3년간 3000원 이하 가성비 막걸리의 상품 구성비는 72%에서 80% 가까이 증가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찾으면서도 가격 부담은 낮추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도 이어진다.
지평주조는 지난해 출시한 알코올 도수 12도의 프리미엄 막걸리 '지평탁주'를 리뉴얼하고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첨단 발효 제어기술을 적용해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높이고 막걸리 특유의 거친 질감을 줄였다. 청사과와 청포도 계열의 과실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지평주조는 공식 온라인몰을 비롯해 롯데마트 63개점으로 판매처를 넓혔으며 자체 운영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 푼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대형 유통매장과 프리미엄 외식 공간을 동시에 공략해 전통주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함께 노리는 전략이다.
전통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장수는 망원동 서울장수막걸리 체험관의 장수창고 운영을 오는 5일부터 재개한다.
기존 시음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막걸리 박스와 병을 활용해 실제 유통 공간을 구현하고 포토존과 현장 프로그램을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꾸몄다.
장수 생막걸리와 월매, 달빛유자, 달밤장수, 장홍삼 막걸리 등을 시음할 수 있다. 장수창고는 2023년 처음 운영을 시작해 지난해 하루 최대 350명이 방문했으며 누적 방문객은 3000명을 넘어섰다.
국순당은 전통주의 '문화'에 초점을 맞춰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5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 술복합문화공간 박봉담에서 2026 추석 차례주 빚기 교실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햅쌀로 만든 무리떡에 누룩을 섞어 전통 차례주인 신도주를 직접 빚는다. 1.5ℓ 이상의 술을 만들어 가져간 뒤 약 2주간 발효해 추석 차례상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우리술 이야기와 우리 고유 청주 및 일본식 청주 비교 시음도 함께 진행한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전통주에 주목하는 것은 젊은 소비자들이 상품 자체뿐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까지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지역성을 살린 프리미엄 제품부터 낮은 도수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제품, 직접 빚고 맛보는 체험형 콘텐츠까지 전통주를 즐기는 방식도 세분화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주가 젊은 소비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K-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맛과 디자인, 가격, 콘텐츠를 더하는 방식으로 전통주의 소비 저변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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