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가액·선순위 보증금 잘못 알려…책임 40→60%
위조된 수탁자 동의서 진위 확인 안 해…책임 70%
法 "공인중개사, 더 높은 수준 선관·설명의무 인정"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전세사기 피해 사건에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 등을 제대로 확인·설명하지 않았다면 피해액의 60~70%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세계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의 선관의무와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폭넓게 인정해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판사 맹준영)는 지난달 31일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공인중개사와 부동산중개법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각각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소재 다가구주택을 둘러싼 사건에서 임차인은 보증금 1억8000만원을 지급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건물 가액과 선순위 임차보증금 등 중요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알렸고, 이후 주택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지만 임차인은 배당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1심은 임차인의 손해액을 보증금 1억8000만원으로 보고 공인중개사 측 책임을 40%로 제한해 7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공인중개사가 중요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고지한 데 따른 선관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과 임차인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책임 비율을 60%로 높였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인중개사 측이 1억800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한 또 다른 사건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광호텔 건물을 임차한 사례다. 해당 건물은 자산신탁회사 명의로 신탁등기가 돼 있어 소유자와 임대인이 달랐다.
신탁부동산 임대차의 경우 소유자인 수탁자의 허락이나 동의가 있어야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게 되는데, 이 사건에선 관련 동의 서류가 위조됐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위조된 서류를 임차인에게 그대로 제공하면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결국 임차인은 대항력을 취득하지 못해 보증금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1심은 공인중개사 측 책임을 70%로 보고 8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인중개사 측은 항소심에서 임차인이 해당 부동산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만큼 사용·수익으로 얻은 이익을 손해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의 책임 비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원은 "전세사기 사건에 관한 관련자들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법원에서 지속적으로 선고되고 있는 실정으로, 거래현실에서 전세사기는 여전히 다양한 수법과 행태, 양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들은 전세계약 등 부동산 임대차계약 체결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공인중개사로 하여금 임차인에 대해 목적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 등에 관해 보다 높은 수준의 선관의무와 설명의무를 부담함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거래 현실 및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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