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주가 누르기' 견제…베어허그 제도화될까

기사등록 2026/09/03 17:33:43

이형일 후보자, 기업 저평가 문제 해법으로 '베어허그' 언급

기업에 높은 가격 인수 제안…주가 낮으면 경영권 위협

세법만으론 한계…M&A로 '주가 누르기' 이중 견제 장치

저평가 기업 많지만 M&A·경영권 경쟁 활성화 과제

정치권도 '한국형 베어허그' 시동…이사회 책임 강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 되고 있는 모습. 2026.09.03. jini@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기업의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베어허그(Bear hug)' 전략 제도화가 잇따라 거론되면서 실효성과 국내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베어허그는 저평가된 기업에 높은 가격의 인수 제안을 던져 경영진에 경영권 위협을 가하는 M&A 전략이다. 세법을 통한 주가 누르기 방지책에 더해 주가를 낮게 방치할 경우 외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국내에서는 M&A 시장과 경영권 경쟁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제도만 도입해서는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사회의 인수 제안 검토와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이른바 '한국형 베어허그 활성화'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9.02. dahora83@newsis.com
◆이형일 후보자가 꺼낸 '베어허그'…주가 낮으면 경영권 위협

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증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가 누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베어허그 전략을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상속·증여세법 개정만으로 '주가 누르기'를 해소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다"며 "이게 해결되려면 자본시장 발전이 선행되고 그 과정에서 답이 함께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도 고민하고 있는데 베어허그라는 전략을 어떻게 하면 제도화할 것이냐"며 "주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M&A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게 만드는 것, 그런 부분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이냐가 종합적인 자본시장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베어허그는 기업 인수를 원하는 투자자가 시장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제시해 피인수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을 압박하는 M&A 전략이다.

높은 가격의 인수 제안이 공개되면 기존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일지, 거부할 경우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주가가 다시 평가받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3일 재정경제부가 확정·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가 상속이나 증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세금을 줄이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바꾼다. 주가 누르기가 의심되는 기업은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현행 4개월 평균 주가 대신 최대 6년6개월간의 주가를 다시 따져 주식 가치를 평가받는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세법만으론 한계…베어허그로 '주가 누르기' 이중 견제

그간 일부 대주주들이 상속이나 증여를 앞두고 주가를 일부러 낮춰 세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하는 주식의 평가액이 줄어 그만큼 내야 할 세금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대책을 담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장기간 업종 내에서 지나치게 낮거나 상속·증여 평가 시점에 주가가 하락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추정하고, 심의를 거쳐 주가 누르기 행위로 판단될 경우 상장주식의 평가기간을 확대하거나 평가액을 높여 과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업이 특정 기간에만 PBR을 관리해 적용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등 회피가 가능하고,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며 재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세법상 과세 강화만으로 주가 누르기를 완전히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베어허그 등 M&A를 통한 경영권 견제 장치를 함께 활성화할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외부 투자자의 M&A 표적이 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 부담을 높여 주가를 누를 유인을 줄이는 동시에, 주가를 낮은 수준에 방치하면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도록 '이중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주식 저평가에 대해 경영진들이 좀 더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이라며 "경영을 잘못해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외부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2024.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韓, 저평가 기업 많아 베어허그 활용 여지 크지만…M&A 활성화 과제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저평가된 상장기업 비중이 높아 베어허그와 같은 외부 경영규율 장치가 활용될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어허그가 활성화되면 주가가 낮은 기업일수록 외부의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져 경영진도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이는 데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기업의 약 69%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 미국 약 20%, 일본 약 36%와 비교하면 저평가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베어허그가 우리나라에서 실제 경영권 위협으로 작동하려면 국내 M&A 시장과 경영권 경쟁부터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를 마련해도 실제 인수 주체와 경영권 경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저평가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M&A 시장과 경영권 경쟁이 거의 활성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베어허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업의 경영권이 실제 경쟁에 노출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호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특정 M&A 전략 하나를 도입하는 것보다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저평가 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경영권에 실질적인 위협이 발생하도록 하는 기업지배권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경영권 위협이 지나치게 커지면 경영진이 장기적인 투자보다 단기적인 주가 관리에 집중하거나 적대적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며 "공개매수와 이사회의 의무, 경영권 방어수단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 사진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그래픽. (그래픽=챗GPT 활용) 2026.09.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치권도 '한국형 베어허그' 시동…이사회 책임·공시 강화

정치권에서도 베어허그 등 외부 경영규율 장치가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오기형 의원은 이날 이른바 '한국형 베어허그'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의 경우 대상 회사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의견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을 '법인의 주주·경영·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확대해 중요한 인수 제안에 대한 정보가 주주들에게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베어허그와 같은 인수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사회가 이를 충실히 검토하고 판단 근거를 주주에게 설명하도록 해 M&A를 통한 외부 경영규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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