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에 근접한 품질·낮은 가격…중국발 경쟁이 성장모델 압박
융하인리히, 中 생산력·독일 판매망 결합한 보급형 ‘앤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이런 중국발 경쟁 충격이 독일 제조업 중심의 성장모델을 압박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어진 경제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차이나 쇼크’라고 부른다.
독일은 자동차·기관차·공장기계·항공기·건설장비 등 고가의 복합 제조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중국 제품이 여러 품목에서 독일산에 근접한 품질을 확보하고도 훨씬 싸게 팔리면서 이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줄었다가 2025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EU가 국가 간 비교에 쓰는 기준으로 독일 실업률은 약 4%로 EU 평균보다 낮지만, 2025년 실질임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 탓에 2019년 수준을 겨우 회복했다.
제조업체들의 잇단 인력 감축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AP는 폭스바겐 5만명, BMW 희망퇴직 8000명, 자동차 기술·부품업체 보쉬 1만3000명 규모의 감축을 각각 전했다. BMW는 2027년 말, 보쉬는 2030년까지가 기준으로 감축 방식과 종료 시점은 회사마다 다르다.
경제에 대한 불만은 정치 영역에도 번지고 있다. AP는 경기 부진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연립정부의 인기를 떨어뜨린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오는 6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창당 이후 처음으로 주총리를 배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경제학자 브래드 세처와 잔더르 토르두아르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은 자동차·트럭·버스·기차·항공기·공장기계·의료기기 등 과거 강세를 보인 품목에서 이제 중국에 파는 것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산다. 두 사람은 “중국은 이미 독일 산업의 점심을 상당 부분 먹어치웠고, 이제 저녁까지 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 지게차·창고 물류장비업체 융하인리히의 선택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응 사례다. 융하인리히는 중국 제조업체 EP이큅먼트와 손잡고 보급형 지게차 브랜드 ‘앤톤 바이 융하인리히’를 만들었다. EP이큅먼트의 생산 규모와 낮은 비용에 융하인리히의 세계 판매망과 브랜드 신뢰도를 결합한 것이다.
앤톤은 독일에서 생산하는 융하인리히의 고급형 제품보다 기능이 단순하지만 가격은 절반가량이다. 고급형의 조이스틱 대신 기본 레버를 달았고 휴대전화나 지갑을 넣을 수납공간과 푹신한 좌석도 없다. 밝은 보라색을 사용해 융하인리히의 노란색 고급형 제품과 구분했다.
이 제품은 장비를 하루 24시간 가동할 필요가 없는 고객을 겨냥한다. 나딘 데스피뇌 융하인리히 최고영업책임자(CSO)는 “중국산 제품의 거대한 물결이 유럽뿐 아니라 세계시장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핵심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급형인 ‘미드테크’ 제품 수요를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태양광 산업의 전철이 되풀이되는 것도 우려한다. 독일은 2000년대 초 태양광 보급을 주도했지만 값싼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서 여러 독일 제조업체가 파산했다. 현재 독일에서 쓰는 태양광 패널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한다.
독일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로·교량·철도 등에 투자하는 5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2일 유럽중앙은행 기준 환율로 약 789조원이다. 지난 7월에는 중·저소득층 소득세 인하와 규제 완화를 담은 별도 대책도 제안했다.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비용 절감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EU 통상정책의 역할을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와 고소작업대 등 일부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세처 선임연구원은 “유럽은 중국 산업정책의 파급효과로부터 시장을 보호할 더 강한 통상정책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수입에 충분히 개방하지 않는 한 다른 나라들도 중국산 제품에 계속 일방적으로 시장을 열어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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