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 2.6㎞ 주·야간 하루 6차례 순찰
30도 경사 오르고 20㎝ 높이 계단도 넘어
폭염·한파 때 사람 순찰 보완 기대
[고양=뉴시스]한이재 기자 = 사람 한 명이 길에 쓰러지자 순찰로봇이 멈춰 섰다. 곧 "119에 신고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불이 난 상황을 연출하자 화재를 감지하고 대피를 안내했다. 관제 화면에는 로봇의 카메라 영상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사람과 화재를 인식한 결과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3일 경기 고양 서오릉에서 만난 AI 순찰로봇 '순라봇'의 순찰 모습이다. 조선시대 순라군이 쓰던 전립을 얹은 순라봇은 왕릉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의 눈을 보완한다.
국가유산청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AI 순찰로봇 실증사업'의 하나로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1월까지 서울 덕수궁과 경기 고양 서오릉에서 순라봇을 현장 검증하고 있다.
서오릉 순라봇은 주간 3회, 야간 3회씩 하루 6차례 순찰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관람객 이동 경로를 따라 대빈묘까지 갔다가 익릉을 거쳐 돌아오는 약 2.6㎞ 구간이다.
낮에는 온열질환이나 낙상 등으로 쓰러진 관람객과 화재를 탐지한다. 관람객이 없는 야간에는 화재와 침입자를 살핀다. 이상 상황을 발견하면 소리와 빛으로 경고하거나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관제실에도 즉각 알린다.
순라봇은 무게 약 30㎏으로 가로 478㎜, 세로 530㎜, 높이 1345㎜다. 최대 30도 경사로를 오르내릴 수 있으며 계단과 같은 장애물은 높이 20㎝까지 넘을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는 데 약 90분이 걸리며 가동 시간도 약 90분이다.
화상을 최대 8배 확대할 수 있는 전자광학(EO)·적외선(IR)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도 탑재했다. 최고 속도는 초속 5m다.
센서와 AI 등을 탑재한 모듈 'LKR-T1'을 개발한 엘케이로보틱스 측은 서오릉의 울퉁불퉁한 길을 이동하면서 유산에 충격을 주지 않고 좁은 길에서도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두 다리 끝에 바퀴가 달린 로봇 플랫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오영준 연구소장은 "인공지능은 순찰 때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단하기 위해서 무조건 필요하다"며 "감지도 95%를 목표로 두 달간 정보를 수집하고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실증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순라봇의 행동 방식도 달라졌다. 당초에는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오면 피해 가도록 했지만,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싸는 상황이 생겼다.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재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멈춰 기다리며 안내 방송을 하고, 길이 열리면 다시 움직이도록 바꿨다.
순라봇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안내 방송도 할 수 있다. 폭염주의보 등 상황에 맞춰 미리 저장한 안내 방송을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서오릉은 약 56만평으로 조선왕릉 가운데 동구릉에 이어 관리 면적이 두 번째로 크다. 경사와 패인 흙길 등 순찰 여건도 평탄하지 않다.
김성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서부지구관리소 주무관은 "서오릉 면적 약 56만평에 비하면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추가 순찰을 하거나 폭염이나 한파처럼 근무 환경이 좋지 않을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증은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비가 내린 뒤 생기는 물길과 진흙, 가을철 낙엽 등 계절과 날씨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순찰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김 주무관은 "실제 운영 데이터를 토대로 로봇을 보완해 다른 조선왕릉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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