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고농축우라늄 확보하나…美의회 "막을 길 없어" 우려

기사등록 2026/09/03 17:25:09

2년간 공동 연구 후 5% 농축 가능

추가연구 거쳐 '20% 근접' 가능성

전문가 "핵확산 방지 장치 따져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체결한 민간 원자력 협정이 시행될 경우 사우디가 장기적으로 우라늄 자체 농축도를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서 있는 모습. 2026.09.03.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체결한 민간 원자력 협정이 시행될 경우 사우디가 장기적으로 우라늄 자체 농축도를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간) '사우디 원전 협정, 20% 농축 길 열 가능성' 제하의 기사에서 "이 획기적인 협정이 핵 확산 위험을 차단하기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7월22일 사우디와 협정을 공식 체결한 뒤 지난달 24일 상·하원에 협정 문안을 제출했다. 양원이 공동으로 거부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협정은 90일 후 자동 발효된다.

정확한 문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WSJ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2년간 '농축·변환 공동 연구'를 통해 우라늄 농축의 경제적 타당성 유무와 핵확산 위험 방지 안전성을 검토한다. 이 기간 우라늄 농축은 금지된다.

그러나 양국이 연구를 통해 농축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사우디의 자체 농축이 가능해진다. 미국 기업 주도로 사우디에 농축 시설을 건설한 뒤 5% 농축 우라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양국은 사우디의 우라늄 자체 농축 이후로도 공동 연구를 이어가는데, 추가 연구에 따라 2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농축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날 WSJ 보도 요지다.

나아가 의회 등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통제 장치도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2년간의 협의 절차가 예정돼 있지만, 이것은 이틀 만에 합의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분명한 것은 의회가 관여할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WSJ은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불허를 결정하면 사우디는 10년간 우라늄 농축이 금지된다고 밝혀왔지만, 의회에 제공된 정보에는 이런 약속이 없다. 행정부는 이런 내용이 별도 부속 문서에 담겼는지 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는 우라늄 위험성의 기준점으로, 농축도가 20% 이상일 경우 고농축우라늄(HEU)으로 분류된다. 우라늄을 약 90%까지 농축하면 핵무기가 되는데, 20%부터는 무기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통해 이란에 설정했던 농축 제한은 원자력발전 연료 수준에 해당하는 '3.67% 이하'였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국무부에서 비확산 문제를 담당했던 로버트 아인혼은 WSJ에 "이번 협정은 미국 원자력 산업 부흥과 미국-사우디 전략적 관계 강화를 의미한다"면서도 "의회는 협정에 포함된 장치들이 핵 확산 위험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짚었다.

대릴 킴벌 군비통제협회(ACA) 사무총장도 "이 협정의 기준은 세계 100여개국에 대해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낮은데, 게다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위협한 국가(사우디)를 상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협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중요한 것은 사우디 내에 핵물질 전용이나 미신고 핵 활동이 없다는 사실을 검증할 조치를 취할 능력을 우리가 갖는 것"이라며 "검증 체계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WSJ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