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리 FSB 의장, 고평가·레버리지·시장 집중의 결합 경고
美빅테크 7곳 S&P500 비중 33.8%…교차투자가 충격 증폭
2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 자격으로 8월28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FSB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점검하고 규제·감독 정책을 권고하는 국제기구다.
베일리 총재는 국채시장과 비은행권 사모대출 시장의 취약성, AI 관련 자산의 고평가가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러한 고평가에 투자자의 차입 확대와 소수 기업으로의 자금 집중, AI 개발사와 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 간 투자 관계가 맞물리면 시장 조정의 충격이 국경을 넘어 번질 수 있다고 봤다.
베일리 총재가 지목한 시장 집중은 미국 증시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은 올해 들어 약 12% 올랐다. 알파벳·애플·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8%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AI용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AI 서비스를 사업에 접목해 성장성과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이들 기업이 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S&P5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도 같은 빅테크 쏠림을 안게 됐다. 지수 상품에 분산투자했더라도 빅테크 편중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고평가와 기술주 쏠림은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의 기억을 불러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000년 3월 5048로 정점을 찍은 뒤 2002년 10월 1114까지 78% 떨어졌다. 나스닥지수가 이 고점을 다시 넘어선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다만 고평가 논란은 비상장 AI 개발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최근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를 8520억달러로,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은 965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2일 원·달러 환율 종가인 달러당 1358.7원을 적용하면 각각 약 1158조원과 1311조원이다.
AI 투자 열기의 규모는 빅테크의 자본지출에서도 확인된다. 골드만삭스는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5개사의 올해 전체 자본지출이 7250억달러(약 985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7250억달러 전부가 AI 투자액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설비 확장이 지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베일리 총재와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 규모뿐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와 거래로 서로 얽힌 구조도 취약성으로 지목했다. 대형 기술기업이 AI 개발사에 투자하고, AI 개발사는 그 자금으로 반도체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 처리 용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거래 자체는 실수요에 기반하지만 기업 간 의존도를 높인다.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투자 수익이 충분하지 않으면 한 기업에서 시작된 실적 충격이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로 번질 수 있다. 홀런즈 총괄은 AI의 중요성 자체보다 막대한 투자가 현재의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AI 투자는 기술주 밖의 여러 산업과도 연결돼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수요는 부동산·산업재·원자재 관련 업종과 맞물리고, AI 활용은 의료를 비롯한 여러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댄 코츠워스 AJ벨 시장분석 책임자는 AI의 영향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으며, 증시에서 AI 관련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치면 그 충격이 다른 분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금자산을 업종·지역·자산군별로 분산하면 특정 시장이나 업종의 부진으로 받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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