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관련 공시에 4대 블랙리스트 업체 포함
간접도 제재 가능…"중간기업 5곳 있어도 책임"
다만 실제 금속 사용했단 뜻 아냐…"과잉 보고?"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폭스바겐, 테슬라 등 160곳 넘는 미국 기업들이 서방 제재(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금속 제련업체를 공급망에 포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규제 당국에 제출된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 160곳 이상과 최소 10곳이 넘는 해외 기업이 최근 분쟁 광물 또는 공급망 관련 공시에서 미국·유럽연합(EU)·영국 제재 대상에 오른 4대 금 제련업체 이상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업체로는 2023년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제재 받은 러시아의 우랄일렉트로메드(Uralelectromed)·크라스트베트메트(Krastsvetmet),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불법 채굴한 금을 취급한 혐의로 2022년 미국 규제에 오른 우간다의 아프리칸골드리파이너리(African Gold Refinery), M23 반군 단체와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르완다의 가사보골드리파이너리(Gasabo Gold Refinery) 등이 꼽혔다.
미국은 원칙상 블랙리스트 업체와 거래할 경우, 설령 기업들이 그 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책임을 묻고 있다. 재무부 출신 소식통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블랙리스트에 오른 업체로부터 제품을 조달할 경우, 중간 업체가 5곳이나 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 국제 변호사도 "OFAC는 제재 대상 기관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접촉하는지에 관계없이 엄격한 책임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OFAC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기업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OFAC 측은 현재 규모가 작은 간접 거래는 단속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공시에 4대 업체가 거론됐다고 해서 기업들이 반드시 그 업체들의 상품을 이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공급망 내 모든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어서 공시 내용이 실제 노출 정도를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은 사용 금속들이 분쟁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혹은 무장 단체로 자금이 흘러가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해당 공급업체가 그 하위 공급업체에게 설문조사하는 등 피라미드 식으로 조사가 이어진다.
FT는 "그 결과 공시에 기업들이 공급망에는 있지만 개입 여부를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업체들이 포함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FT가 확인한 기업 중 어느 곳도 블랙리스트 업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밝히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4대 블랙리스트를 공시에 포함하되 "잠재적 공급업체다. 그들의 개입을 명확히 확인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25년까지 1500개 공급업체를 파악하고 접촉했으며 위험 신호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는 입장이다.
테슬라도 4대 업체가 자사 공급망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업계 공시의 '과잉 보고 경향'을 언급했다. 실제 자사 공급망에 속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T는 "제재 규정과, 모든 공급망의 출처를 규명할 수 있는 기업들의 역량 사이 간극을 보여준다"며 "이번 분석 결과는 기업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이 초래할 수 있는 법적 위험과, 분쟁 광물 활용을 감시하고 방지하려는 국제 시스템의 한계를 부각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