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내부 총질'…우크라 양대 정보기관, 도심서 총격전

기사등록 2026/09/03 15:36:40

HUR 산하 러 의용단 테러 음모 수사가 발단

"SBU vs HUR 내부 권력 투쟁 수면 위로"

젤렌스키, 진상 조사 지시…SBU 간부 해임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양대 정보기관이 수도 키이우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내부 권력 투쟁이 표면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6.09.03.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양대 정보기관 요원들이 수도 키이우에서 자기들끼리 총격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보기관 간 수사 영역과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무력 충돌로까지 번지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의 안보라인 내부 권력 투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이우인디펜던트(KI)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키이우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테러 음모를 수사하던 국가보안국(SBU) 요원들과 국방정보총국(HUR) 요원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HUR 요원 3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SBU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친(親)우크라이나 러시아 의용단(RVC) 부사령관 스테판 카플루노프를 노린 테러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던 중 총격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실에 따르면 SBU 요원들은 "수사 중 우크라이나 국방군 소속 부대 중 하나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며 "무장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HUR 특수부대 '티무르'의 지휘관은 SBU가 비무장 HUR 요원에게 먼저 발포했다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RVC는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는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준군사 조직으로, HUR의 지휘를 받는다.

HUR은 카플루노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중 대낮에 자택 마당에서 신원 미상의 사람들에게 납치됐으며 아무런 혐의 없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카플루노프 측 변호사는 SBU 특수부대인 '알파' 요원들이 법원 영장 없이 그의 자택을 야간 수색했다고 말했다. 카플루노프는 이후 석방됐지만 현재 소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으며, 인사 조치 등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서만 러시아 점령군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다"며 "그 외에는 어떤 총격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SBU 국가기밀보호국장인 올레흐 흐라모우를 해임했다.

HUR 수장 출신인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실장도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사 과정의 충돌을 넘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간 주도권 경쟁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SJ은 SBU와 HUR 사이에 깊은 내부 경쟁이 존재하며, 이번 총격전이 그 갈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키이우=AP/뉴시스] 2024년 2월 25일(현지 시간) 키릴로 부다노우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HUR) 국장(현 대통령실장)이 키이우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을 응시하고 있다. 2026.09.03.
특히 올해 1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단행한 안보 라인 개편 이후 양 기관을 둘러싼 권력 구도도 크게 바뀌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0년부터 HUR을 이끌었던 부다노우를 대통령실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부다노우의 후임으로는 올레흐 이바셴코가 HUR 수장에 올랐다. 부다노우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SBU에서는 바실리 말류크가 1월 수장에서 물러난 데 이어 7월 올렉산드르 포클라드가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최근 우크라이나 언론에서는 부다노우 대통령실장과 포클라드 SBU 직무대행 사이에 긴장이 높다는 보도도 나왔다.

부다노우가 HUR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HUR 내부에 여전히 상당하다는 분석도 있다. WSJ은 HUR 내부 일부 정예 인력이 전임 수장인 부다노우에게 여전히 충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UR과 SBU 간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3월 HUR에서 활동했던 은행가 데니스 키례예우가 키이우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관한 정보를 확보한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반역 및 러시아 이중간첩 의혹을 받았다.

당시 HUR 국장이던 부다노우는 2023년 키레예우가 러시아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SBU 요원들에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같은 해 키레예우의 사망은 전쟁 초기 정보기관 간에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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