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실려 극적 구조…카트만두 병원서 치료 중
요양원 1층에 진흙 속 고립…구조대, 잔해에서 생존 확인
97세 고령에도…손자 "정말 강한 분"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네팔 대홍수 당시 무너진 요양원 잔해에 갇혔던 97세 노인이 굴착기 버킷(삽)에 실려 구조된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노인은 요양원에서 약 8시간 동안 진흙 속에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 시간)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구나 마야 보하라(97)는 지난달 26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의 노인요양원 1층 방에 머물던 중 갑작스럽게 밀려든 홍수에 휩쓸렸다.
당시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빙하가 붕괴하면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물과 토사가 트리슐리강으로 쏟아졌다. 홍수는 요양원 1층까지 밀려들었고, 보하라는 진흙과 잔해에 갇혔다.
보하라는 약 8시간 동안 진흙 속에 고립돼 있었다. 카트만두 헤럴드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조카손자 라식 보하라가 홍수 소식을 듣고 할머니가 살던 지역인 데비가트로 향했다. 라식은 "할머니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며 그의 미세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생존을 확인한 첫 신호였다.
네팔 경찰과 군은 보하라를 구조하기 위해 약 4시간 동안 주변 잔해를 치웠다. 구급차가 현장까지 접근하기 어렵자 구조대는 굴착기까지 동원해 마침내 노인을 굴착기 버킷에 실어 나와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노인의 온몸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해당 모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됐다.
보하라는 자녀가 없지만 남편 가족과 조카들을 돌보며 살아왔다. 조카 25명을 키워 학교에 보냈고, 83세부터는 조카와 조카손자들이 찾아오기 쉬운 데비가트의 노인요양원에서 생활했다.
현재 보하라는 카트만두 비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하라는 처음 2~3일 동안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지만 이후 호전됐다. 팔과 다리에는 검고 푸른 변색이 나타났으며, 급성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조카손자 라식은 "할머니가 약간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정말 강한 분이다. 97세인데도 정말 강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병상을 지키고 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에 노인이 돌봤던 조카와 조카딸 조카손자 등 25명이 노인 곁을 지키고 있다.
조카손자 라식은 국제사회가 이번 재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네팔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