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 첫 핵안보 선언…이란 핵시설 공격에 "국제법 위반"

기사등록 2026/09/03 02:59:04 최종수정 2026/09/03 04:36:24

10개 회원국 정상 채택…핵물질 불법거래 대응 강화

이란 언급 없이 핵시설 공격 규탄…평화적 이용권 강조

중·러 주도 첫 공식 선언…국가 주권·핵안전 원칙 재확인

[비슈케크=AP/뉴시스] 1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플러스 회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9.0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고, 핵 안전·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SCO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1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핵 안전 및 안보에 관한 첫 공식 선언문을 채택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이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등 10개 회원국이 참여했다.

선언문은 핵물질과 방사성 물질의 불법 거래를 막고 핵시설에 대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사이버 위협 대응, 비상 대응 체계, 방사선 감시, 조기경보 데이터 공유, 공동 연구·훈련,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회원국들은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모든 공격이나 공격 위협을 단호히 규탄하며, 그러한 행위는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언문은 또 핵안보에 대한 책임은 각 국가에 있으며, 핵시설 운영자와 해당 국가가 원자력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 권리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선언을 통해 핵 문제에서 국가 주권과 비서구권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핵 안보에 대한 합리적이고, 조화롭고,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며 핵 안전·안보를 위한 다자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SCO가 공동 안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테러와 사이버 공격 등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센터의 조속한 개소를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핵 안전은 국가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서방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제안한 구상에서 출발했다. 당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과 비상 대응, 국제 핵확산 방지 체제를 뒷받침하는 선언 채택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을 최근 이란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란저우대학교 아프가니스탄연구센터 소장인 주용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 중앙아시아에서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확대에 따른 안전 체계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선언이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직접적인 대결 선언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주 교수는 "SCO의 의도는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핵 문제에서의 자율성과 비서구권의 공동 목소리를 강조하는 데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리리판 러시아·중앙아시아 전문가는 "주권 통제와 평화적 핵 이용, 일방적 조치에 대한 반대를 강조한 것은 서방의 '핵 패권'에 대한 광범위한 반발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언은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통제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나왔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마지막 양자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은 후속 협정 없이 올해 2월 만료됐다.

미국은 중국에도 미·러와 함께하는 3자 군비통제 협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적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거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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