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m ‘별빛이 성운이 될 때’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분석하지 말고 가슴으로 다가가세요. 예술은 가슴의 영역입니다.”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키아프 서울 2026’. KB금융그룹이 선보인 김택상의 특별전 ‘별의 축적’ 앞에 긴 줄이 생겼다. 관람객들은 부스를 에워싸고 차례를 기다렸다. 수억원대 작품이 거래되는 아트페어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김택상의 색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
작품은 ‘별빛이 성운이 될 때’. 가로 11m, 세로 2.4m에 달한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서면 노랑과 주황, 분홍빛이 거대한 화면 위에서 구름처럼 번진다. 색의 경계는 희미하다. 서로 스미고 겹치며 빛처럼 떠오른다. 양쪽으로 휘어진 화면 앞에 서면 그림을 바라본다기보다 성운 속으로 들어간 듯하다.
전시명 ‘별의 축적’도 여기서 나왔다. 밤하늘의 별빛이 긴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도달하듯 김택상의 화면도 물과 빛, 바람과 기다림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다.
화려한 화면과 달리 그 색을 만드는 과정은 느리다.
‘물의 화가’로 불리는 김택상은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고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붓는다. 안료가 천천히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물을 빼고 말린 뒤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물의 흐름과 햇빛, 바람과 습도까지 그림에 개입한다.
작가가 색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색을 만들어낼 시간을 내주는 셈이다. 수없이 물을 붓고 말리는 동안 얇은 색의 층이 쌓인다. 가까이에서는 얼룩과 번짐처럼 보이던 색이 한발 물러서면 하나의 빛으로 떠오른다.
가로 11m의 곡면 회화를 중심으로 영상과 소리, 향을 더했다. 어두운 공간에서 색은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고 곡면을 따라 관람객을 감싼다. 김택상이 그동안 거의 선보이지 않았던 조각 ‘Thing 26-2’도 공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과 작가의 협업 방식이다. 아트페어의 메인 후원사가 단순히 이름을 내거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와 함께 하나의 전시를 만들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택상은 처음 기업과 전시를 함께한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협업 과정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예술 지원에서 가장 지켜야 할 철칙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걸 철저히 지켜주셨어요.”
KB금융은 올해로 3년째 키아프 서울 리드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김택상과 직접 협업해 아트페어 안에 독립적인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기업의 이름보다 작품이 앞에 나섰고,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들이 줄을 서며 아트페어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됐다.
빠르게 작품을 보고 가격을 묻고 다음 부스로 이동하는 아트페어. 이곳에서는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른다.
김택상은 “예술은 가슴의 영역”이라고 했다. 작품을 분석하기보다 먼저 느껴보라는 얘기다.
2일 VIP 프리뷰로 문을 연 ‘키아프 서울 2026’은 3일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하며 오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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