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분리수사 재판 쟁점…'진실 규명' vs '조직 보호'

기사등록 2026/09/02 17:37:23 최종수정 2026/09/02 17:44:35

검찰 "조직 과오 은폐·비난 회피 위한 지휘권 행사"

박성주 전 국수본부장 "정상적·통상적 업무지시"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일 오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열린 장윤기 사건 관련 경찰관 수사에 대한 브리핑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2026.09.02.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분리수사 지시의 목적이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인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가 직권남용 혐의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도 경찰 지휘부에 사건을 병합하거나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할 권한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찰 조직의 과오를 감추고 비난을 피하려고 해당 권한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광주지검은 2일 청사 중회의실에서 박 전 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가 사건을 병합하거나 나눠 수사하도록 지시할 권한 자체는 있다고 밝혔다. 다만 권한의 존재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행사했는지가 혐의 적용의 핵심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박 전 본부장 등이 두 사건의 연관성이 외부에 알려지면 경찰의 스토킹 신고 초동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분리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장윤기 사건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일어났다. 당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도 검찰 판단의 배경이 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일선 수사팀의 병합수사 요구를 국수본 지휘부가 거듭 받아들이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확인한 뒤 수차례 병합수사를 추진했지만 국수본 지휘라인은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수본 실무진 역시 두 사건을 분리하면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실제로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의 합동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광주경찰청 강력계장에게 '합동수사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 설명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진 정황도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검찰은 이 같은 지시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지휘가 아니라 경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권한 행사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지휘권은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며 "조직의 안위를 지키거나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행사했다면 권한남용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동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21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6시15분부터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장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6.07.21. kch0523@newsis.com

반면 박 전 본부장은 당시 국수본의 지휘가 적법한 권한에 따른 정상적인 업무지시였다고 반박했다.

박 전 본부장은 "사건을 왜곡·축소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하고 사건의 성격상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지휘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무리하게 기소됐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박 전 본부장은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경찰 지휘부에 분리수사를 지시할 권한이 있었는지보다, 해당 지시가 수사의 효율성과 보안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조직의 과오를 은폐하고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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