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공개?"…뿔난 수의사들, 장외집회

기사등록 2026/09/02 15:39:12

정부,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전면 공개 추진

병원별 반려동물 진료비 최대 110배 차이

"단순 비교 어려워…진료비 상승 부추길 것"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서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보건사협회, 한국동물보건학회 등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6.09.0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와 국회가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와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의사계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형견과 대형견은 같은 검사라도 진료비가 다른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획일화 된 진료비 공개로 인해 오히려 혼란을 주고, 총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정부와 수의계 등에 따르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별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항목 20개의 진료비를 온라인으로 전면 공개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보호자가 동물의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 발급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이 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같은 치료를 해도 각 동물병원 간 진료비 차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실제 농식품부의 '2025년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진 진찰료가 최저 1000원에서 최고 6만1000원으로 61배나 차이를 보였다. 상담료도 최저 1000원부터 최고 11만원으로 110배 차이가 났다. 반려동물 입원비도 최저 1만~최고 33만원, 초음파 촬영비 최저 1만~최고 32만5000원 등으로 3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법이 시행되면 반려인들은 각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온라인상에서 손쉽게 비교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동안은 지역별 평균 등 통계값의 형태로만 확인이 가능해 각 병원별 진료비가 얼마인지 알기란 쉽지 않았다.

대한수의사회는 이와 관련 소형견과 대형견 등 견종에 따라 진료비가 다른데,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서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보건사협회, 한국동물보건학회 등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6.09.02. bjko@newsis.com
대한수의사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동물의료 말살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을 열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배제한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사회는 동물 진료비는 체중과 건강 상태, 마취 여부, 병용 처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개별 항목 가격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공개된 항목에서만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그 손실은 공개되지 않는 진료로 전가된다"며 "그 결과 보호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총액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고,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의 불신만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병원 진료비 공개가 강행될 경우 가격 경쟁으로 인해 동물의 안전과 공중 보건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의사회는 "예접종과 기초 진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1인 동물병원은 게시 가격 경쟁을 견딜 수 없다"며 "지금도 수도권 외 지역의 농장동물을 진료할 수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들이 현장을 떠나면 그 자리를 대신할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농장동물 임상 수의사가 그동안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가축전염병 대응을 해 온 만큼 지역 진료 인프라가 무너질 경우 국가 방역망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포메라니안 강아지가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반면, 반려인들은 이른바 깜깜이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반려인은 "반려견이 이물을 삼켜 병원에 갔는데 검사비 등 모두 80만원이 나왔다"며 "사람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에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의사회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에 대해서도 자가진료와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수의사회는 "현재 수의사의 처방을 거쳐야 하는 동물용의약품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한데, 진단명과 처방 내역이 그대로 공개되면 앞으로 보호자가 수의사 진료 없이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져 동물의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돼지·가금 등 농장동물은 현행법상 자가진료가 전면 허용돼 있는데 진료기록까지 공개되면 무자격 투약이 관행이 되고, 그 결과는 축산물 잔류물질과 항생제 내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국민 건강의 문제이며, 한번 무너진 항생제 관리 체계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의사회는 농식품부에 이번 개정안에 대한 규제영향분석서 공개와 함께 수의사와의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법안을 전면 재논의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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