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 이지원 감독, 8년 만의 장편 신작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이지원 감독은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영화 '미쓰백'(2018) 이후 8년 만의 장편영화 '비광'(2026)으로 돌아온 이지원 감독은 전작에 이어 소외되고 상처받은 여성들의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동시에 혈연을 넘어선 관계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본다.
'비광'은 '미쓰백'과 마찬가지로 선한 성인 여성이 위기에 처한 아이를 일방적으로 구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나이와 사회적 위치에 놓인 인물들이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고, 결국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미쓰백'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구원의 관계로 나아간다면, '비광'에서는 처음부터 복잡한 인연으로 얽힌 여성들이 서로를 향한 적대와 경계를 넘어 뜨거운 우정과 애정을 쌓아간다. 한층 복합적이고 강력한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을 가족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은 이지원 감독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특징이다. '미쓰백'에서는 상처 입은 여성과 아이가 혈연을 넘어 서로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됐다면, '비광'에서는 그 의미가 보다 복잡한 관계망으로 확장된다.
제목인 '비광'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족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비광은 홀로 놓였을 때보다 다른 '광'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화투패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힘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은 영화가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과 겹친다. 가족은 반드시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함께 버틸 수 있는 관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에서 남성 인물이 차지하는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쓰백'에서는 여성 인물들의 관계와 서사가 중심에 놓이고 남성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머문다. 반면 '비광'에서는 류승룡이 연기한 중구가 여러 인물의 관계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자리한다. 중구는 사건에 휘말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직접 움직이며,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다만 영화가 거대한 권력 구조를 다루는 방식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벌과 정치권, 언론이 얽힌 거대한 카르텔 앞에서 경찰을 비롯한 제도권은 무력하게 그려지고, 결국 남미(하지원)를 비롯한 개인들의 선택과 행동이 사건을 돌파하는 동력이 된다. 거대한 시스템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제도와 권력의 작동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그려지면서 인물들의 영웅적인 행동에 서사가 기대는 인상을 남긴다.
작품을 관통하는 시선은 분명하다. 다만 가족과 여성 연대, 권력과 사회 부조리까지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끌어안으면서 전개는 다소 산만하다. 또 남미와 중구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압박이 왜 그토록 극단적이고 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개연성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2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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