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로스해 온난 심층수 유입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남극의 겨울철 바다 깊숙한 곳까지 상대적으로 따뜻한 심층수가 유입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두꺼운 해빙 탓에 선박 접근이 어려웠던 겨울철 남극 바다를 웨델물범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관측한 결과다.
극지연구소는 이원상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서울대 등이 2021∼2023년 웨델물범 64마리에 소형 위성중계 관측장비를 부착해 로스해 대륙붕의 해양환경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물범이 잠수할 때 수온과 염분, 수심 등을 측정하는 'CTD 장비'를 활용했다. 물범이 잠수와 부상을 반복하며 보내온 자료는 3년간 2만2661건에 달했다. 기존 선박 관측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남극 겨울철 해빙 아래까지 관측 범위를 넓힌 것이다.
연구팀이 수집한 자료를 AI 기계학습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3개, 겨울철 4개의 서로 다른 해양환경 유형이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겨울철 온난 심층수의 움직임이다. 그간 로스해 대륙붕 안쪽으로 들어오는 온난 심층수는 주로 여름철 현상으로 알려졌지만, 연구 결과 4∼7월 겨울철에도 수심 100∼300m의 해저 골짜기를 따라 대륙붕 안쪽까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해는 남극저층수 형성에 중요한 해역이다. 남극 주변에서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이 가라앉아 만들어지는 남극저층수는 전 세계 심해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로스해에서는 전 세계 남극저층수의 약 20∼25%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따뜻한 심층수의 유입은 남극 해양환경뿐 아니라 지구 기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륙붕 안쪽으로 들어온 따뜻한 심층수가 차갑고 염분이 높은 대륙붕수와 섞이면 바닷물의 온도는 높아지는 반면 염분과 밀도는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바닷물이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힘이 약해져 남극저층수 형성과 전 지구 해양순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따뜻한 심층수가 남극 빙붕 아래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빙붕 하부의 융해를 촉진해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연구과제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지난 8월 게재됐다.
논문 교신저자인 나지성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선박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겨울철 남극 해빙 아래의 미지 영역을 웨델물범과 AI를 활용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남극저층수 형성 변화와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첨단 기술과 데이터 과학을 결합해 기존 극지 연구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한 사례"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극지 해양 관측망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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