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오른팔' 모레노 임시 감독…'챗 GPT' 의존은 흑역사

기사등록 2026/09/02 06:00:00

프로 선수 경력 없이 14세부터 지도자 수업

'엔리케 오른팔'로 바르셀로나·스페인 대표팀 보좌

맞춤 전술 분석 등에 강점…'챗 GPT' 논란은 오점

클럽에선 잇단 부진…스타 선수 장악엔 물음표

[마드리드=AP/뉴시스]한국 축구 임시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 2019.06.10.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부임한 로베르토 모레노(48·스페인) 감독이 신뢰 잃은 한국 축구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공석이던 대표팀 사령탑에 스페인 출신의 젊은 지도자 모레노 감독이 낙점됐다.

축구협회 사상 처음으로 공개 채용해 뽑힌 모레노 감독은 9~10월 4경기와 11월 2경기 등 A매치 6경기를 지휘한다.

계약 기간은 11월27일까지이지만, 6경기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하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맡을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됐다.

모레노 감독은 국내 축구 팬들에겐 낯선 인물은 아니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 후보군이 언급될 때마다 꾸준히 거론됐다.

앞서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전 감독에게 밀려 한국 축구와 연이 닿지 않았던 모레노 감독은 마침내 기회를 얻게 됐다.

[사포판(멕시코)=뉴시스] 김명년 기자 =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손흥민과 이강인이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2026.06.12. kmn@newsis.com
모레노 감독은 전임 대표팀 사령탑들과 달리 스타 선수 출신 지도자가 아니다.

프로 무대 경력이 없는 그는 체육 교사의 권유로 14세 때부터 지도자 수업을 시작했고, 16세에 고향의 라 플로리다 유소년팀을 맡았다.

선수보다 지도자의 길을 먼저 걷게 된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FC바르셀로나의 수석코치로 일하며 당시 루이스 엔리케(현 파리생제르맹 감독)의 오른팔로 불렸다.

바르셀로나는 이 기간 스페인 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등에서 우승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그는 상대 분석과 경기 계획 수립, 세트피스 전술 등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엔리케 감독과 함께한 모레노는 2019년 3월 엔리케 감독이 딸의 병환으로 자리를 비우자, 임시 감독을 역임했고, 그해 6월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부다페스트=AP/뉴시스]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 2026. 05.30.
하지만 엔리케 감독이 약 5개월 뒤 복귀하면서 대표팀과 작별했고, 이후 모나코(프랑스), 그라나다(스페인), 소치(러시아) 감독직을 지냈다.

모레노 축구는 ‘압박’과 ‘패스’로 대표되는 스페인식 축구를 닮았다.

무엇보다 분석을 통한 다양한 전술적 대안에 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도 "한국 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술적인 제시 등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대표팀을 재정비해야 하는 임시 감독으로선 이런 분석 능력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뚜렷한 감독이다.

수석코치와 분석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팀 전체를 지휘한 감독으로서 족적은 미약하다.

[마드리드=AP/뉴시스]한국 축구 임시 감독 로베르토 모레노. 2026.02.06.
모나코, 그라나다에선 저조한 성적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소치에서도 선수단과 갈등을 빚었다.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 워낙 확고해 선수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이 있던 클린스만 감독도 손흥민(LAFC),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쟁쟁한 유럽파가 있는 대표팀을 완벽히 장악하지 못했다.

이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삐걱댔던 홍명보 감독도 마찬가지다.

또 러시아 소치 시절에는 '챗 GPT'에 의존해 선수를 선발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그에게 커다란 '흑역사'로 남아 있다.

"러시아어 번역용으로 썼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해프닝이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전술적인 역량은 어느 정도 인정 받았으나, 팀 장악이라던지 운영 면에선 조금 약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모레노 감독은 비자 등 필요한 준비를 마친 뒤 9월 초중순경 입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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