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0만원 中 럭셔리 SUV에 美 '영구 빗장' 추진…"바퀴 달린 감시 도구"

기사등록 2026/09/01 15:38:05

中 측 지분 약 20% 벤츠도 영향권…상무부 판매 허가가 변수

"싼 건 보조금만의 힘 아냐"…수직계열화·규모가 원가 낮춰

[서울=뉴시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자동차에 노래방·영화 상영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탑재하면서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중국에서 3만5000달러(약 4800만원)에 팔리는 6인승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중국산 커넥티드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사실상 영구 차단하려는 법안이 미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중국차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안보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중국 측 지분이 약 20%에 달하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까지 판매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중국 지리자동차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갤럭시 M9’을 10일간 시승한 뒤 미국의 중국차 차단 움직임과 그 배경을 보도했다. NYT가 시승한 최고 사양 모델은 마사지·열선 기능을 갖춘 가죽 시트와 30인치 디스플레이, 무선충전기 등을 갖췄다. 전기로만 약 110마일(177㎞), 전기와 휘발유 엔진을 함께 쓰면 약 660마일(1060㎞)을 달릴 수 있다.

갤럭시 M9가 미국 전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은 현재도 매우 낮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 상무부 규칙은 2027년형부터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제조사의 커넥티드카 판매와 이들 국가산 관련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제한한다. 2030년부터는 관련 통신 하드웨어 수입도 막는다. 커넥티드카는 무선통신을 통해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차량을 말한다.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과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2026년 커넥티드 차량 보안법’은 현행 상무부 규칙을 법률로 굳히면서 규제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다. 법안은 지난 7월22일 상원 상무위원회를 구두표결로 통과했지만 상원 전체회의와 하원 의결, 대통령 서명 절차가 남아 있다. 중국 측이 지분이나 의결권 등을 15% 넘게 보유하거나 통제하는 차량 제조사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벤츠까지 영향권에 들어간다.

법안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을 규제 대상국으로 정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 국가에서 주로 설계·개발·생산·공급됐거나 해당 국가 주체의 지배를 받는 커넥티드카의 미국 내 수입·생산·판매가 금지된다. 법안은 현행 규칙의 단계별 시행 일정을 유지하며, 상무부 장관은 위험 평가를 거쳐 예외적으로 해당 차량이나 부품의 거래를 허가할 수 있다.

벤츠가 공개한 주주 현황을 보면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의 의결권 9.98%를 보유하고 있다. 지리자동차 창업자 리수푸도 투자회사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지분 9.69%를 갖고 있다. 법안은 복수의 중국 측 주주가 보유한 지분과 의결권 등을 합산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벤츠는 15% 문턱을 넘는다. 지분 구조나 법안 기준이 바뀌지 않고 상무부의 허가도 받지 못하면 벤츠 차량의 미국 판매가 제한될 수 있다.

[베이징=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샤오미 전기차 출시 행사가 열려 방문객들이 샤오미 스카이노마드 시리즈 N90을 살펴보고 있다. 2026.07.31.
현행 규제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리 계열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미국 상무부의 판매 허가를 받지 못해 2027년형부터 미국에서 신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판매된 차량에 대한 정비 서비스와 중고차 사업은 계속한다.

미 의원들이 이 같은 규제를 법률로 굳히려는 첫 번째 이유는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다. 법안 발의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들에 현금 보조금과 저렴한 전력·토지 등을 제공해 미국 업체가 경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슬롯킨 의원은 자신이 대표하는 미시간주에서만 약 45만명의 일자리가 자동차 산업과 관련돼 있다며 이를 “중대한 경제안보 문제”라고 규정했다.

두 번째 이유는 국가안보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은 카메라와 센서로 위치와 주변 환경, 운전 습관 등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차량 내 대화나 연결된 스마트폰의 정보까지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의 존 보젤라 최고경영자는 중국 커넥티드카를 “바퀴 달린 감시 도구”라고 표현했다.

슬롯킨 의원은 차량이 군사기지와 주요 기반시설 주변을 운행하며 수집한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지리의 고위 임원은 “모든 시장의 법률과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이라며 안전과 품질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규정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산업 보호 논리의 핵심인 ‘중국 정부 보조금’ 주장에는 반론도 있다. 로듐그룹의 그레고어 윌리엄스 부소장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100% 관세가 불공정 관행이 가격 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한 조치라며 30~50%의 관세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더 크게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부품을 직접 만드는 수직계열화와 대규모 생산, 낮은 연구개발·관리 비용을 꼽았다.

중국 업체들이 협력업체에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관행도 완성차 업체의 운영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준다. 평균 지급 기간은 BYD가 155일, 지리가 149일로 서방 업체들보다 훨씬 길었다. 완성차 업체에는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그만큼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은 커진다.

로듐그룹은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차량과 비교할 때 차량 한 대당 원가 이점이 지리는 약 2700달러, BYD는 47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수직계열화와 낮은 간접비가 이 원가 차이의 최소 4분의 3을 설명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어떤 차이로 돌아가는지는 갤럭시 M9의 사양에서 드러난다. 갤럭시 M9에는 차량용 냉장고와 차량 내 무선 노래방 기능, 2열 17인치 화면, 27개 스피커, 9개 에어백이 들어간다. 주차 화면에서 차량 아이콘을 원하는 주차 구역으로 옮기면 차가 자동으로 주차하고, 좌석을 눕히면 침대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NYT는 주행감이 부드럽고 가속 성능도 뛰어나 미국에서 판매된다면 가격이 두 배가 넘는 고급 SUV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가격과 사양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차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최선인지에는 이견이 있다. 조지워싱턴대의 존 헬베스턴 교수는 전면 금지 대신 중국 업체에 미국의 보안·개인정보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라면 중국 업체들은 까다로운 요구도 모두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자동차는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중국차를 장기간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은 “우리는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그들을 영원히 막아낼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되며, 그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도 이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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