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162조원 중 12.5조로 국채 발행 물량 축소
"장기금리 상승세 억제 도움될 것…물가 오르면 효과↓"
일각에서는 "미래대응기금 적립 대신 나랏빚 더 갚아야"
정부 "발행 물량 너무 크게 줄이면 국고채 시장에 부담"
[세종=뉴시스] 안호균 임하은 박광온 기자 = 정부가 재정 완충장치인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면서 내년 국채 발행 규모를 12조5000억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최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국채 발행물량 관리가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미래대응기금 신설 계획을 담았다.
미래대응기금은 최근 반도체 세수 호황처럼 재정 여건이 급변동하는 때를 대비한 완충장치다. 세수가 추세보다 많이 걷히는 해는 기금을 적립해뒀다가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거나 재정 여력이 떨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을 상회하는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로 했다. 이 중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104조4000억원은 미래를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둔다. 또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발행 물량을 축소하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채발행량은 연간 225조원 안팎이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5.6% 정도의 발행이 축소되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국채 발행 물량 축소를 고려하는 이유는 최근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 중심으로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현재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4.6%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해 1.9%포인트(p) 가량 상승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국들이 금리 급등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은 5.3%에 육박했고, 일본 국채 30년물도 고공행진을 지속해 4.2%에 근접했다.
이는 중동전쟁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데다 각국의 국채 발행 물량 증가로 정부의 지급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시각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 물량 축소는 금리 안정에 어느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내년 대규모 확장 재정에 나서면서 물가를 자극할 경우 금리 안정 효과도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것(국채 발행 물량 축소)만 볼 때는 장기채 금리 상승세를 억제하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예산이 지출됐을 때 내수시장이 견인되고 더 나아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 정책과 충돌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10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국채 상환과 재정적자 축소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채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여력이 있을 때 일부를 상환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재정 건전화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두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100조원의 20% 정도인 20조원 가량을 상환해도 된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국가부채가 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재정의 이자 부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금리도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왜 굳이 대규모 여유 자금을 쌓아두면서 동시에 1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를 추가로 늘려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규모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거나 상환할 경우 국채 시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이 222조원이다. (미래대응기금으로 모두 국채를 상환하면) 이게 100조대로 내려가게 되는 것"이라며 "국채 시장이 건전해지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그 중간의 어딘가에 있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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