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100만원' 역주행 신화…홍은영 "오래 남는 기억이 고전의 힘"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9/01 17:59:00 최종수정 2026/09/01 18:39:17

영화 '오디세이' 열풍에 다시 뜬 추억의 만화…"상상 못한 일"

"세상 빠르게 변할수록 오래 살아남은 이야기서 '인간' 찾아" 

16년 만 신작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이번엔 웹툰으로 연재

"현대 독자에게 낯선 그리스신화 세계관 이해 돕고 싶었다"

"웹툰, 반응 곧바로 접해 새롭고 재밌어…가까워진 거리 체감"

[서울=뉴시스] 홍은영 작가. (사진=본인 제공) 2026.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영화 '오디세이'의 열풍에 원작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열풍은 20여 년 전 어린이들의 '필독서'였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도 번졌다. 홍은영 작가의 초판본을 찾는 독자들이 늘면서 중고시장에서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100만원대 거래 기록까지 나왔다.

만화 책을 품에 안고 자랐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돼 다시 '홍은영'이라는 이름을 찾고 있는 지금, 작가도 16년 만에 새 작품으로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리스가 아닌 이집트다.

홍 작가는 1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옛 작품이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에 대해 "무척 놀랐다"며 "거래 가격이나 작품 희소성보다 지금도 읽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하루하루 원고를 완성하기 바빠서 이 만화가 수십 년 뒤까지 기억에 남아 화제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계기로 그리스 신화에 대한 관심이 제 작품까지 이어지는 것은 작가로서 감사하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이 독자의 삶 속에 계속 살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년 전 만화까지 소환한 '고전의 힘'

출판계에서 고전을 다시 찾는 흐름은 영화 '오디세이' 열풍 이전부터 있었다. 세계문학전집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꾸준히 자리하고, 고대 신화를 찾는 독자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홍 작가는 독자들이 고전이 다시 소환되는 현상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이야기의 힘을 봤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오래 살아남은 이야기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화에는 사랑과 질투, 가족 간의 갈등, 권력에 대한 욕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처럼 지금의 우리도 여전히 겪는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시대와 생활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인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한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아 또 다른 역사와 문화로 관심을 넓혀주는 것이 고전과 신화의 힘"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 일러스트. (사진=본인 제공) 2026.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스 신화로 기억된 작가, 16년 만에 이집트로

과거의 작품이 다시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사이, 홍 작가 자신도 오랜 공백을 깨고 창작활동을 재개했다. 16년 만의 신작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다.

1990년대생 독자들을 매료시킨 것이 그리스 신화였다면, 이번에는 신과 인간, 삶과 죽음, 권력과 운명이 얽힌 고대 이집트 신화를 만화로 되살린다.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데 대해 그는 "슬럼프가 길어져 새 작품을 선보이는 데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만화를 향한 마음을 놓지는 않았다. 다시 펜을 들게 한 가장 큰 힘은 오랜 시간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준 독자들이었다.

"만화를 향한 마음과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잃지 않았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며 꾸준히 공부해왔습니다. 그동안에도 제 작품을 잊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의 응원이 다시 펜을 드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쌓아온 시간들과 기다림이 지금의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를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그가 이집트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리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업을 하며 세계 여러나라의 신화를 접했고, 이집트 역시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고대 문명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세계였다.

"이집트 하면 누구나 피라미드와 미라, 파라오를 떠올리지만 정작 이집트의 신들이 어떤 세계 안에서 살아가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선악 아닌 '질서와 혼돈'으로 읽는 이집트 신화

두 신화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 방식은 사뭇 달랐다. 그리스 신화가 여러 시인과 작가를 거치며 이야기 형태를 갖췄다면,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이집트 신화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기록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홍 작가는 "이집트 신화에서는 흩어진 이야기와 개념을 하나씩 비교하고 연결하면서 현대 독자에게 낯선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작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흔히 신화 속 대립을 설명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이집트 신화를 관통하는 '질서와 혼돈'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각 신이 어떤 세계와 존재 방식을 지키려 하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떻게 충돌로 이어지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신들을 선한 편과 악한 편으로 분명하게 나누기보다 각자가 어떤 세계를 지키려고 하는지 함께 보여주려는 점도 새로운 시도죠."

이야기를 풀어가는 호흡도 과거와 달라졌다. 여러 신과 일화를 하나씩 소개하기보다 신화의 태초에서 출발해 질서가 형성되고 충돌하는 흐름을 따라 이집트 신화의 전체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절판 종이책 다시 뜨는 순간, 작가는 웹툰으로

흥미로운 것은 과거 홍 작가의 종이책이 중고 시장에서 주목받는 동안, 새 작품은 웹툰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작품은 지난달 23일부터 네이버웹툰과 네이버시리즈를 통해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를 연재되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 작업 방식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한 페이지 안에 인물과 공간을 배치해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 이를 세로 스크롤 형식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새로운 연재 방식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독자와의 거리다.

"독자들의 반응을 곧바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의도한 장면과 감정을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매주 가까이에서 확인하는 점이 웹툰만의 재미 같아요."

다음에는 어떤 신화로 독자를 만나고 싶은지 묻자 홍 작가는 "관심을 두고 있는 신화와 고전은 많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두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오디세이'가 독자들을 다시 그리스 신화로 불러들인 지금, 16년 만에 돌아온 홍 작가는 이집트에서 그다음 신화 열풍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 일러스트. (사진=본인 제공) 2026.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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