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베네치아 가는 이창동…가능한 황금사자상 될까

기사등록 2026/09/02 00:00:00

영화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영화제 초청

경쟁부문 21편 중 1편…황금사자상 노려

2002년 '오아시스' 이후 24년만에 진출해

한국 황금사자상 2012년 '피에타' 유일해

대니 보일, 고레에다, 마틴 맥도나 등 경쟁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창동 감독이 한국영화 2번째 황금사자상을 받을 수 있을까. 83회 베네치아영화제가 2일 오후 개막한다. 올해 경쟁 부문엔 총 21편이 초청됐고, 그 중 1편이 이창동 감독 새 영화 '가능한 사랑'이다.

이 감독 영화가 베네치아에 가는 건 2002년 '오아시스' 이후 24년만이다. 이 감독은 베네치아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오아시스'는 당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았다. '오아시스'는 이 감독 3번째 장편영화였고, 그는 베네치아 수상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됐다.

'가능한 사랑'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12번째 한국영화.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 2012년 김기덕 감독 '피에타'가 유일하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왔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설경구가 해고노동자 '호석'을, 전도연이 호석의 아내 '미옥'을, 조여정이 다큐멘터리 연출가 '예지'를, 조인성이 예지 남편 '상우'를 연기했다.이 감독은 이 영화 각본을 오정미 작가와 함께 썼다.

◇이창동 '가능한 사랑' 한국영화 2번째 황금사자상 받을까

올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감독 중 황금사자상 경력자는 없다. 다만 베네치아영화제가 세계 3대 영화제라는 명성에 더해 오스카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 점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그 면면이 화려하다.

개막작이자 경쟁부문 진출작 중 하나인 '잉크'는 대니 보일 감독 신작이다. 보일 감독은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았고, '트레인스포팅'(1996) '28일 후'(2002) 등 기념비적인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잉크'는 루퍼트 머독이 '더 선'을 인수해 영국 최대 판매 부수 신문으로 키우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가이 피어스, 잭 오코널 등이 출연했다.

국내 관객에게 익숙할 만한 이름이 또 있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룩 백'은 만화를 매개로 만난 두 소녀 '후지노'와 '쿄모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체인소맨' 시리즈의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가 2021년 내놓은 동명 단편만화가 원작이다.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올해 베네치아엔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1명 더 있다.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다. 모레티 감독은 2001년 '아들의 방'으로 칸에서 최고상을 받은 적이 있다. 올해 가져온 영화는 '잇 윌 해픈 투나이트'(It Will Happen Tonight). 모레티 감독 영화가 베네치아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1989년 이후 37년만이다.

◇거장과 천재…올해도 화려한 이름들

마틴 맥도나 감독 새 영화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도 있다. 연극으로 경력을 시작한 맥도나 감독은 '21세기 셰익스피어'라는 찬사를 받아온 천재다. '쓰리 빌보드'(2017) '이니셰린의 밴시'(2022)로 2차례 베네치아 각본상을 받았다. 베네치아에서 각본상을 2회 이상 받은 건 맥도나 감독이 유일하다. '와일드 호스 나인'은 1973년 칠레를 배경으로 이스터섬에 파견된 두 CIA 요원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존 말코비치, 샘 록월, 스티브 부세미, 톰 웨이츠 등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독일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 새 영화 '버킹 파스타드'(Bucking Fastard)도 주목해야 한다. 헤어조크 감독은 1970년대 뉴 저먼(German) 시네마 기수 중 한 명. 작년 베네치아에서 명예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9년 이후 처음 내놓은 극영화인 '버킹 파스타드'는 쌍둥이 자매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상상의 땅을 찾아 터널을 파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제 자매 관계인 케이트 마라와 루니 마라가 쌍둥이를 연기했고, 올랜도 블룸 등이 함께했다.

◇오스카 경쟁 벌써 시작됐다

이밖에도 올해 베네치아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 즐비하다. 일본 컬트영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츠카모토 신야 감독 새 영화 '미스터 넬슨, 디드 유 킬 피플?'(Mr. Nelson, Did You Kill People?)도 관심있게 봐야 할 작품이다. 츠카모토 감독은 앞서 경쟁부문에 두 차례 초청된 적이 있고, 오리종티 부문에선 3차례 상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베네치아와 인연이 깊다.

'더 파더'로 오스카 각색상을 받은 플로리언 젤러 감독 새 영화 '벙커'도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한 이 작품은 억만장자를 위해 생존용 벙커를 짓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앞서 4차례 베네치아 경쟁부문에 작품을 올려놓은 적 있는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어 굿 리틀 솔져'(a good little soldier)도 놓쳐선 안 된다. 브리제 감독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뱅상 랭동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췄고, 알바 로르바허가 주연했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한 랜스 오펜하임 감독의 '프라임타임',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케이시 애플렉이 연출한 '컴퍼니'도 있다. '프라임타임'에서 미국 방송 진행자 크리스 한센을 연기한 패틴슨은 벌써부터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 정부 탄압을 받으면서도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는 알리 아스가리 감독의 '어 빗 오브 라이트(A Bit of Light),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수전 서랜던이 주언한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의 '에코 챔버'(The Echo Chamber)도 주목해야 한다.

◇DAU와 NAZA 올해 가장 논쟁적인 영화

올해 가장 논쟁적인 작품은 러시아 출신 일리야 흐르자놉스키 감독의 '다우'(DAU)다. 이 작품은 소련이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를 그린다. 다우는 란다우의 애칭.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러닝타임이 195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다우'는 흐르자놉스키 감독이 지난 20년 간 천착한 이른바 '다우 프로젝트' 최종판과도 같은 영화다. 이 프로젝트는 란다우를 중심으로 소련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물리학자를 담아왔다. 흐르자놉스키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장편영화만 14편에 TV시리즈 그리고 설치미술까지 만들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영화 초청에 강한 불만들 드러냈다는 것. 우크라이나 외무부와 문화부, 주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이 작품이 "러시아 정부가 연결된 프로젝트"라며 초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흐르자놉스키 감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해 러시아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맞서며 사태가 일단락되긴 했으나 이 작품을 둘러싼 공방을 영화제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발 아브라함, 레이철 소르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 '나자'(NAZA)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학살을 그린 다큐멘터리영화로 지난달 24일 경쟁부문에 최종 합류한 작품이다. 유발 아브라함, 레이철 소르 감독은 다큐멘터리영화 '노 어더 랜드'(No Other Land)로 지난해 오스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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