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부터 공화당 후보까지 건설 제동
美 AI 스타트업, 지역사회 반대 피해 사우디로
트럼프 "중국만 이익"…WSJ "데이터센터 규제, 美 AI 경쟁력 약화"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발이 민주·공화 양당으로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할 경우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WSJ은 31일(현지 시간) 사설에서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AI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AI를 구동할 에너지와 데이터센터가 없다면 미국의 안전과 번영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용수 소비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계 거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 전역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도 잇따라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데이터센터 문제를 선거운동의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과거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최근 입장을 선회했고,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달 데이터센터 개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공화당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톰 티파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데이터센터가 호수를 마르게 하고 농지를 훼손한다는 내용의 선거 광고를 내보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용수 사용에 대한 주정부 차원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난달 신규 건설을 중단시켰다.
◆ 美 데이터센터 반대에 해외로 눈 돌리는 AI 기업들…사우디가 대안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은 AI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AI 스타트업 투게더 AI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AI 기업 휴메인과 손잡고 현지 데이터센터에서 250메가와트(MW)의 전력과 12만개의 AI 반도체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투게더 AI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3배로 늘어난다.
비풀 프라카시 투게더 AI 최고경영자(CEO)는 "점점 더 많은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뒷마당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취소와 건설 중단 조치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 내 데이터센터 공급 능력이 더욱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 같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제약을 자국 AI 산업을 키울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설립한 휴메인은 리야드와 담맘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4년까지 전력 공급 능력을 6기가와트(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770억달러로 추산된다.
프라카시 CEO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여건이 악화하면서 해외 인프라 확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7년에는 미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데이터센터 용량이 새로 구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도 데이터센터 옹호…"일자리·세수 늘리고 中 견제"
WSJ은 이 같은 반발이 확산한 데는 AI 업계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 데다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54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전력회사는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정전을 줄이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암 조기 진단과 신약 개발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지역경제에 상당한 세수와 일자리도 제공한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데이터센터 앨리'로 불리는 버지니아주 라우던카운티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사라지면 현재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가구당 재산세를 연간 5800달러 더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데이터센터의 환경·전력 부담도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전력연구소(EPRI) 연구에 따르면 2015~2024년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고정비용을 더 많은 수요자에게 분산해 오히려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데이터센터 산업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훨씬 낮은 세금과 곳곳에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으면 중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 역시 초당적인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이 미국의 AI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