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뒤 G7 국채 조달비용 22조 늘었다…美 혼자 15조 부담

기사등록 2026/09/01 10:48:47 최종수정 2026/09/01 11:00:24

에너지발 물가·재정적자·AI 투자 붐이 국채금리 밀어 올려

미 10년물 5% 넘으면 주식·회사채 동반 압박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은행에 고객들의 시민권 정보를 수집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 또는 기타 조처를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2024년 12월 7일 촬영한 미국 재무부 청사. 2026.02.2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주요 7개국(G7)이 높아진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면서 추가로 부담하게 된 조달비용이 160억달러(약 21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리가 현재 수준에 머물면 내년 1분기 말까지 340억달러(약 46조5000억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의 국채 발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G7 각국이 발행한 거의 모든 만기의 국채수익률이 지난 2월보다 높아져 새 국채를 발행하거나 만기 채권을 차환할 때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FT가 제시한 160억달러는 전쟁 이후 실제 국채 조달비용을 전쟁 전 금리가 유지됐을 경우와 비교해 계산한 추정치다. 340억달러는 각국 재무당국이 공개한 발행계획과 만기별 발행 패턴을 토대로 산출한 조건부 전망이다.

G7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조달비용의 약 3분의 2는 미국 몫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떠안은 추가 조달비용은 106억달러(약 14조5000억원)로 추정됐다. 금리 상승세가 내년 1분기 말까지 이어지면 미국의 비용은 217억달러(약 29조7000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G7 국가가 부담하게 된 비용은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었다. 특히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난과 물가 상승 우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에서는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과 급증하는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겹쳤다.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전쟁으로 다시 거세진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면서 재정적자까지 관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서울=뉴시스]미 공군이 14일 6세대 폭격기 B-21 레이더기가 KC-135 공중급유기로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는 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하면서, 2장의 공중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고 '디 에이비에이셔니스트'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공군이 공개한 B-21 레이더기의 공중급유 훈련 시험 모습. <사진 출처 : 디 에이비에이셔니스트> 2026.04.16.
미 재무부는 장기물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9월9일부터 10~30년 만기 국채의 바이백 1회 한도를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시중의 기존 국채를 되사 시장의 거래를 원활하게 만드는 부채관리 조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을 풀어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모히트 쿠마르 제프리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이 주식과 회사채 시장의 주요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기사 직전 거래일인 28일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73%였다. 쿠마르는 이 수익률이 5%를 넘으면 주식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채의 투자 매력이 커지는 데다 기업의 차입비용까지 올라 이익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감축도 쉽지 않다. 쿠마르는 각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세계적으로 적자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간선거와 유럽 각국의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에게 인기 있는 지출 확대 정책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어 고금리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줄이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미국·프랑스·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치 불안과 지정학적 위험도 국채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비와 고령화 관련 지출, 기반시설 투자,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친환경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점도 장기 실질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도 정부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통신망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쏟아내면 국채와 한정된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국채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은 오른다. 다만 국채금리 상승에는 투자자들이 경제성장 전망을 높여 잡은 영향도 포함될 수 있어 이를 모두 재정 불안의 신호로만 볼 수는 없다.

[호르무즈해협=AP/뉴시스] 사진은 지난 4월21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고속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에 접근하는 모습. 이란 국영 매체는 당시 IRGC가 규정 위반 혐의를 받는 선박 2척을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2026.04.21.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차입비용이 미국의 가계와 기업 활동을 이미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8월27일 현재 6.66%다. 나이틀리는 장기 국채금리가 더 오르면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셸 마르티네즈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흐름을 “자본이 이전보다 덜 풍부해진 세계에 맞춘 가격 재조정”으로 해석했다. 다만 미국·독일·일본의 국채수익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비교하면 아직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잔루카 살포드 모건스탠리 유럽 금리전략 책임자는 최근 흐름이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지배했던 2010년대의 환경에서 벗어나, 그 이전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국이 재정을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현재의 금리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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