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원재료에 담긴 진심 한 공간에…성수동에 연 '오래오래 함께가게'

기사등록 2026/09/01 09:38:10

100개의 작은 브랜드와 방문객 연결 공간

브랜드 체험·구매가 기부로 이어지는 경험

[서울=뉴시스] 카카오페이 오래오래 함께가게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카카오페이 제공) 2026.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지난달 31일 서울 성수동. 뼈대만 남은 건물, 대문만 한 의자가 놓인 힙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노란색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갤러리나 전시관 입구를 연상시키는 복도를 따라가면 '오래오래 함께가게'의 1000일간 여정을 담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페이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운영한 오래오래 함께가게다. 이 공간은 단순히 소상공인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성수동에서 새롭게 선발된 100개 소상공인 브랜드를 선보인다.

입구를 지나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래이용권'을 구매하게 된다. 1000원짜리 코인 2개가 제공되는데, 하나는 현장에서 식음료와 작은 디저트 한 상으로 교환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제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 등이 걸린 럭키드로우에 참여하는 데 쓰인다. 이용권 판매 수익금은 전액 소상공인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기부된다.

로비에서 반야외 형태의 포토존을 지나면 본관 역할을 하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은 브랜드 이야기를 탐색하는 '아틀리에'와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셀링존'으로 나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틀리에다. ▲진심 ▲감각 ▲일상 ▲지속 ▲지역 등 다섯 가지 '발견'을 주제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원재료와 제작 과정,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제품을 곧바로 구매하는 대신, 브랜드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동선은 아틀리에를 먼저 둘러본 뒤 셀링존으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에서 봤던 이야기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각각의 제품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가치를 담았는지'를 먼저 만난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판매 제품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부터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까지 다양하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브랜드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식음료와 디저트를 비롯해 화장품, 욕실용품, 재활용 소재로 만든 클리커와 키링, 반려동물용 괄사 등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성수동 팝업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듯 제품군과 인테리어 역시 성수동을 방문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했다. 상생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개성과 이야기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서울=뉴시스] 오래오래 함께가게 전시품들. (왼쪽부터) '아틀리에' 공간에 소개된 원재료, '셀링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플리커와 키링으로 만들어진 완제품. (사진=권안나 기자) 2026.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간 곳곳에서 입점 브랜드와의 협업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벤트에 활용되는 코인과 엽서, 팝업 공간의 향기, 에코백 등도 입점 브랜드와 함께 만들었다. 조경 디자인은 브라더스키퍼, 시그니처 향은 라이즐, 레이어드 스탬프 엽서는 프룻·소슬디자인, '오래이용권' 코인은 하하포포, 선물용 쇼핑백은 디엘스가 맡았다.

송수지 카카오페이 CR 팀장은 "오래오래 함께가게 파트너로 선정되면 제품 기획부터 공간 기획, 마케팅, 판매까지 모두 카카오페이에서 진행하고,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며 "소상공인들이 오래오래 함께가게를 하나의 기회로 생각해준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오래 함께가게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페이는 2022년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함께일하는재단의 제안을 받아 캠페인을 구상했다. 2023년 서울숲에서 첫 팝업을 열었고, 2024년에는 판로 확장을 위해 온라인몰도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브랜딩·마케팅 교육을 강화하면서 소상공인이 외부 판로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브랜드를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혔다.

지난 1000여일 동안 '오래오래 함께가게'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된 소상공인 브랜드는 총 264개, 누적 방문객은 4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100개 브랜드를 '오래 크루'로 선정해 규모를 한층 확대했다.

송 팀장은 "사장님들이 자립하려면 판로 제공뿐만 아니라 역량 강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브랜드가 오래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라고 말했다.

올해 '오래오래 함께가게'의 콘셉트는 '1,000일의 여정: 기회의 문, 발견의 장'이다. 2023년 시작해 1000일 넘게 이어온 소상공인 성장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에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방문객에게는 숨겨진 브랜드를 발견하는 '발견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장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상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공간을 둘러보며 스탬프를 모아 엽서를 완성하거나 AR 포토존을 체험하고, SNS 방문 인증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팝업의 마지막에는 방문객이 직접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앞선 공간에서 받은 코인을 활용해 선물을 받고, "오늘 어떤 가치를 함께했는지"를 돌아보도록 구성했다.

이윤근 카카오페이 ESG협의체장은 "지난 1000일간 축적해 온 소상공인 지원 경험을 모아 브랜드와 소비자가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성수동에 마련했다"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작은 브랜드들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발견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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