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교세확장 기회'로"…한학자 1심이 본 통일교의 정치권 공략

기사등록 2026/08/31 17:38:15

수뇌부 사전협의 후 尹 지지…승인 뒤 1억대 후원

승인→의사결정 관여→기획·실행…3인 역할 분담

'집단입당' 재판도 공모·윤영호 진술 신빙성 쟁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1일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총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통일교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교세 확장의 기회'로 삼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고, 이 과정이 특정 간부의 독단이 아닌 교단 수뇌부의 사전협의와 보고·승인을 거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한 총재가 31일 1심에서 징역 2년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공동취재) 2026.08.3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정교유착' 1심에서 총 징역 2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통일교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교세 확장의 기회'로 삼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이 특정 간부의 독단이 아닌 교단 수뇌부의 사전 협의와 보고, 승인을 거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31일 한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통 양형이유에서 이번 사건을 "통일교의 자금력을 앞세워 대선을 교세확장 기회로 보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대선을 단순히 범행이 벌어진 시점으로 본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의 관계를 넓히고 이를 교단의 영향력 확대로 연결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로 인식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지지 의사 표명부터 실제 정치자금 제공까지 이어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한 총재가 윤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기 전 이미 정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과 관련 내용을 사전에 협의했다고 판단했다. 지지 발언 직후에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후원금 지급 방안을 논의했고, 정 전 비서실장을 통해 한 총재에게 이를 보고한 뒤 승인을 받자 실제 후원이 시작됐다고 인정했다.

재판부가 공모 관계를 인정한 근거는 이처럼 맞물린 일련의 과정이었다. 수뇌부의 사전협의 이후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윤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고, 곧바로 교단 내부에서 후원 논의가 시작돼 보고·승인을 거쳐 실제 자금 지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교의 정치권 지원이 특정 간부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교단 수뇌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실행됐다고 판단했다.

범행에 관여한 세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교단의 '정점'에서 방향을 승인한 한 총재, 이 과정에 의견을 내고 자금 집행 등에 관여한 정 전 비서실장, 구체적인 방안을 짜고 직접 실행한 윤 전 본부장으로 역할을 구분했다.

재판부는 한 총재를 '통일교의 정점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윤 전 본부장은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뒤 한 총재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고 직접 실행했다고 봤다.

한 총재를 약 40년간 보좌한 정 전 비서실장은 주요 사안에 의견을 개진하고 한 총재의 승인 사항을 이행한 것으로 평가됐다. 자금 집행과 결재를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한 총재의 승인, 정 전 비서실장의 의사결정·자금 집행 관여, 윤 전 본부장의 기획·실행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역할 분담 구조를 인정한 셈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1일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총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통일교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교세 확장의 기회'로 삼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고, 이 과정이 특정 간부의 독단이 아닌 교단 수뇌부의 사전협의와 보고·승인을 거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해 7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2026.08.31. hwang@newsis.com

이는 정치권 접촉과 금품 제공이 윤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었다는 한 총재 측 주장과 배치된다. 재판부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1억원 제공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명품 제공, 국민의힘 쪼개기 후원을 공통된 목적 아래 이뤄진 행위로 판단했다.

그 목적은 우호적인 정치세력을 지원해 교단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통일교 정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받아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 전 의원에 대한 1억원 제공이나 김 여사에 명품 제공, 국민의힘 쪼개기 후원은 서로 떨어진 개별 사건이 아니라 대선을 전후해 정치권과의 접점을 넓히고 교단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련의 행동이라는 것이 재판부 시각이다.

재판부가 "교인들이 낸 자금을 그 목적과 무관하게 정치세력과 결탁하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판단의 연장선이다. 종교단체가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곡점을 교세와 영향력을 넓힐 기회로 삼고, 조직과 자금력을 실제 정치권 지원으로 연결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단이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관련 김 여사와 한 총재 등의 정당법 위반 혐의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집단 입당 사건 역시 형사합의27부에서 심리 중이다.

집단 입당 사건 첫 공판에서 한 총재 측이 윤 전 본부장에게 관련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그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은 만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 윤 전 본부장이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을 공모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교유착' 사건에서 재판부가 대선 당시 세 사람 사이의 사전협의와 보고·승인 구조를 인정하고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공모 관계를 인정한 만큼, 향후 집단 입당 사건에서 통일교 수뇌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공모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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