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스님 "80년 삶에 제 점수는 59점…남은 삶 60점 채우며 살아요'

기사등록 2026/08/31 15:57:59

산수 맞아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 출간

22세 뇌사자 간 이식받아 26년…"덤으로 얻은 생"

"장기기증으로 다른 생명 살리는 문화 만들어야"

[서울=뉴시스] 31일 서울 중구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열린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민족사)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대한불교조계종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2026.08.31. 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80년을 살아오면서 '만약 오늘 죽는다면 내가 몇 점이나 될까' 생각해봤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점수는 59점이에요.  60점이 안 돼요. 그래서 60점을 채우려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올해 산수(傘壽·80세)를 맞은 대한불교조계종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이 자신의 삶에 매긴 점수는 59점이다.

조계종 포교원장과 교육원장, 군종교구 특별교구 초대 교구장, 봉선사 주지, 동국대학교 이사장 등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맡았지만 스스로에게 여전히 "2% 부족한 삶"이라고 했다.

31일 서울 중구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열린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민족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스님은 어린 시절 출가부터 종단 주요 소임을 맡았던 경험, 간 이식을 계기로 시작한 생명나눔운동,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생각까지 털어놨다.

일면스님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은 2000년 받은 간 이식 수술이었다.

스님은 1982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간경화 진단을 받은 뒤 준비하던 일본 유학을 포기했다. 일본에서 불교 유치원, 학교, 대학, 복지 등을 배우려했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겨 뜻을 접어야했다. 이후 병세가 악화된 스님은 2000년 1월 8일 22시간에 걸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두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지만, 22세로 알려진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아 생명을 이었다.

수술을 앞두고는 죽음을 준비했다. 평소 모아둔 책 6000~7000권을 기증하고 아기던 물건도 주변에 나눠줬다. 그러나 수술을 마치고 다시 삶을 얻었다. 스님은 이름도 성도 모르는 기증자에게 '선재(善財) 영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분 은혜로 제가 26년을 더 살잖아요. 그 분 이름도 성도 모르니까 제가 '선재 영가'라고 했어요. '착하다, 착한 영가.' 당신 때문에 내가 26년을 더 살고 있어요."

간 이식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꿔놨다. 이전에는 '못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뭐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수술 후에는 자신의 몸을 돌아보게 됐다.

"세상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면 됩니다. 저는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다고 하면 무조건 합니다."

간 이식 이후에는 예전처럼 무리한 수행이나 일을 앞두고 몸을 의식하게 됐지만, 자신이 맡은 일은 남에게 미루지 않고 끝까지 해내겠다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삶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쓰기로 했다. '덤으로 얻은 생'이라 생각한 스님은 생명나눔실천본부를 맡아 장기기증과 치료비 지원 등에 힘써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약 1300여명을 도왔다.

[서울=뉴시스] 31일 서울 중구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열린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민족사)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대한불교조계종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2026.08.31. suejeeq@newsis.com

이번 회고록에도 종단에서 맡았던 여러 소임보다 '생명나눔'이라는 화두에 무게를 뒀다. 포교원장과 교육원장, 학교법인 이사장 등으로 살아온 시간이 책 곳곳에 담겼지만 중심에는 스님이 경험한 생사의 경계와 그 이후의 삶이 놓였다.

"과거의 일보다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생명나눔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이왕 세상을 떠날 때 다른 생명을 살리고 갈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남은 소임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로 갑작스럽게 뇌사 판정을 받은 30대 공무원의 장기기증을 꼽았다. 처음에는 기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유가족이 비구니 스님의 설득 끝에 결심하면서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전했다. 일면스님은 고인의 49재를 직접 찾아 염불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스님은 사후 장기기증 뿐 아니라 조혈모세포와 각막 기증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의 책 '생명나눔, 일면입니다'  (사진=민족사 제공) 2026.08.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2세 무렵 출가한 일면스님은 1959년 사라호 태풍이 불던해 해인사에서 수행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봉선사로 자리를 옮겼고 조계종의 여러 소임을 맡아 종단 행정의 현장을 누볐다.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지도자의 덕목을 묻자 '원력'과 '공심'을 꼽았다. 현재 출마한 후보들을 모두 만났다며 "다 잘할 것 같다"고도 했다.

자신이 맡았던 자리 역시 소임을 내려놓는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동국대학교 이사장 등 여러 자리를 거쳤지만 떠난 뒤에는 더 이상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제 스님은 자신의 마지막도 준비하고 있다. 유언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재산을 불교와 사회에 기증하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고 밝혔다.

80년을 돌아본 점수는 아직 59점. 남은 1점을 채우며 마지막 순간까지 '깨끗하게' 사는 것이 스님의 바람이다.

"현재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인연 따라 왔다가 부처님 은혜로 덤벙덤벙 살았고, 이제 또 인연 따라 돌아가는 것입니다. 남은 삶 동안 죽을 때까지 치매나 풍 없이 잘 살다가,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입니다."

[서울=뉴시스] 31일  서울 중구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열린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민족사)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대한불교조계종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2026.08.31.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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