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보도 때 가해방법 묘사 자제"…권고기준 마련

기사등록 2026/08/31 12:00:00 최종수정 2026/08/31 13:22:24

성평등부·기자협회 공동 마련 발표…피해자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신원정보·자극적 보도 지양…댓글창 관리도 권고

기자 교육에 반영하고 여성폭력 우수보도 기자 포상 추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6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사건 보도 권고기준 포럼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2026.06.1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여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나 선정·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도록 하는 보도 권고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성평등가족부는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을 마련하고, 여성폭력 사건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책임 있는 보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권고기준은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처음 마련됐다. 이에 따르면 성평등부 장관은 여성폭력 사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하고, 그 이행을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기자협회가 추천한 현직 기자들의 자문과 지난 6월 개최된 '더 나은 여성폭력 사건 보도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포럼에서 제시된 언론계·전문가 의견도 반영됐다.

권고기준은 ▲여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조명하는 보도 ▲정보의 정확성 확인 및 신속한 사후 조치 ▲선정적·자극적 보도 금지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책임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관리 책임 준수 등 5대 원칙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여성폭력을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통념과 편견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사건 발생의 사회적 맥락과 제도적 환경을 살피고 예방과 재발 방지에도 주목하도록 했다.

사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취득한 정보를 확인 없이 재인용하는 것은 지양하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정확한 정보만 전달하도록 했다. 오보나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기사 수정이나 정정보도,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도록 했다.

선정적·자극적인 제목과 묘사, 시각자료 사용도 자제하도록 했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신상이나 사적 관계를 과도하게 부각하지 않고 범죄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하며, 가해방법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자극적인 시각자료를 사용하는 것도 지양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취재·제작·보도 전 과정에서 피해자 등의 신원이 드러나거나 특정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하도록 했다. 경쟁적인 취재 과정에서 피해 회복을 저해하거나 피해자에게 부당한 낙인을 강화하는 등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보도도 지양하도록 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를 보도할 때는 재현물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방법이나 생성 경로 등 자세한 기술 정보를 보도하지 않도록 했다. 피해 영상물이나 디지털 성착취물을 특정하거나 검색을 쉽게 할 수 있는 명칭과 키워드, 파일명 등을 사용하는 데도 유의하도록 했다.

보도기사 댓글창 관리 체계를 구축해 무분별한 2차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사·댓글 관리 체계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성평등부는 실제 보도 현장에서 권고기준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수습·경력 기자 대상 교육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여성폭력 방지 정책 유공 포상 때 우수 보도 기자에 대한 포상도 추진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여성폭력 사건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기준이 언론 현장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여성폭력 사건을 보다 책임감 있게 보도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협회 회장은 "여성폭력 사건보도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감수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현장 기자들이 권고기준을 충실히 참고해, 보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보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 2026.08.31. (자료=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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