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배아 이식해 출산"…법원 "동의 철회 안 한 남편 책임" 판결

기사등록 2026/09/01 00:40:00
[서울=뉴시스]아내가 이혼 후에도 냉동 배아를 이식하겠다고 한 사연이 전해졌다.(사진=유토이미지)2026.08.31.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이혼을 앞둔 부부가 남아있는 냉동 배아를 두고 갈등을 벌이면서, 이혼 후에도 남편 동의 없이 배아 이식이 가능한지를 둘러싼 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유튜브 채널 '양나래 변호사'에 따르면 결혼 3년 차인 한 부부가 자녀 없이 약 1년 반 동안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다 결국 이혼을 결정한 사연이 소개됐다. 부부는 고통스러운 시술 과정과 호르몬 주사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부담 탓에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아이가 생겨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분할 등 다른 문제는 원만히 정리됐지만, 남아있는 냉동 배아 3개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아내는 이혼 후에도 배아를 이식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내는 "이번에 난자 채취도 어렵게 했고 앞으로 보장도 없는데, 이 냉동 배아를 그냥 버릴 수는 없다"며 "너에게 책임 묻지 않고 알아서 키울 테니 그렇게 알아라"고 주장했다. 나이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임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반면 남편은 이혼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를 낳겠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치 않는 아이가 태어날 경우 향후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양나래 변호사는 생명윤리법상 배아 이식 단계에서도 남편, 즉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부부 사이에서는 첫 이식 당시 대리 서명 등으로 동의가 포괄적으로 인정되는 관행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아 이식을 원치 않는다면 병원에 명시적으로 동의를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변호사는 "남편분이 정말로 원치 않는다면 지금 빨리 명시적으로 병원에 '저는 더 이상 동의하지 않으니 아내가 원해도 이식하지 말아달라'고 의사 전달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사한 사례도 소개됐다.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가 남편 모르게 기존 대리 서명 방식으로 남은 배아를 이식해 출산한 일이 있었다. 당시 남편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남편이 명시적으로 동의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 변호사는 남편이 원치 않았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법적으로 친부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원치 않는데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자녀이므로 양육비도 지급해야 하고, 사망했을 경우 상속 재산도 다 상속받게 된다"고 밝혔다. 양육비 지급 의무는 물론 향후 상속권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