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NABEP 지분·원가구매권 확보
"정부가 美 기업 경쟁자 키우나" 지적
"베네수 석유 매각불가"…위헌 논란도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이권 확보전에 민간 기업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국방부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 시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대통령이 원하는 속도와 규모로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자, 행정부는 대통령 구상 현실화를 위해 정부가 직접 투자자로 나서는 이례적 해법을 고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에너지 기업 노스아메리카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의 지분 35%를 확보하고, NABEP 생산 석유의 20%를 생산 원가에 구매할 수 있는 우선권을 얻는다.
NABEP는 17개 유전에서 베네수엘라 원유 전체 매장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650억 배럴을 개발할 권한을 따낸 베네수엘라 2위 석유 기업이다.
기업을 이끄는 알레한드로 베탄쿠르는 스페인·스위스 등지에서 자금 세탁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도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원유 공급망 확보 발표가 절실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대형 기업에 베네수엘라 유전 투자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미국 석유업계는 베네수엘라 측과 수개월간 협상을 벌인 뒤에도 치안 불안 문제, 낙후된 석유 인프라 등의 이유로 대규모 투자를 꺼렸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가 국가 안보상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전략자본국(OSC) 대출·보증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간접 조달할 수 있는 '페니 워런트' 방식의 투자 해법을 찾아냈다.
데이비드 로치 OSC 국장을 비롯한 국방부·국무부 고위급 대표단이 7월 베네수엘라를 찾아 조건 협상을 마무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통화에서 합의를 확인한 뒤 28일 정식 발표해 확정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서반구에서 저렴한 석유를 확보하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낮출 엄청난 승리"라고 표현했고,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석유산업 재건에 1000억 달러 이상 투자와 2090억 달러 이상의 세수, 일자리 수천 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먼저 헌법 위반 문제가 해소됐는지 불분명하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베네수엘라 매장 석유는 공화국에 귀속되며 이를 매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문제를 양국 정부간 계약이 아닌 민간 기업인 NABEP 투자라는 방식으로 우회했는데, WSJ은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권력을 유지하는 현 정권 비선출직 관료들은 국가 개발권을 매각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베네수엘라에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민간 기업인 NABEP 자산을 몰수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베네수엘라 기업을 미국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미국 기업이 불리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NABEP는 석유 매장량 기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이은 세계 2위 기업이 될 전망이다.
미국 주요 석유 기업 측 소식통은 WSJ에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으며 베네수엘라의 광범위한 유전에 지분을 가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에드 허스 휴스턴대 교수도 "미국이 왜 미국 석유업계에 거대한 경쟁자를 보조해 키우는가"라고 했다.
신문은 "이번 합의는 많은 베네수엘라인의 분노를 불렀고, 석유업계는 물론 미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무엇이 합의됐으며 이 구조는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두고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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