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사령관 "기뢰제거 완료" 발표에도
상선 피격 지속…미국 유가, 4$대 유지
이란 즉각 반격…"트럼프, 치명적 실수"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이 부설한 기뢰를 완전히 제거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선언했으나 국제유가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양국이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무력 충돌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30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미사일 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
라라크섬은 이란이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지정 항로의 한복판에 있는 핵심 거점으로,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공격 이유를 "혁명수비대가 해상 기뢰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군의 이란 직접 공격은 지난달 29일 케슘섬, 아부무사, 반다르아바스, 키시 등 호르무즈 해협 인근과 남·서부 일대를 마지막으로 타격한 지 1개월여 만이다.
앞서 미군은 지난 27일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제거 완료를 발표했다. 브래들리 쿠퍼 중부사령관은 당시 영상 메시지에서 "혁명수비대가 수개월 전 설치한 해상 기뢰를 해협의 국제 항로에서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국제 해상 운송로는 오늘 개방돼 있으며, (통항) 흐름에 점차 탄력이 붙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약 7억5000만 배럴의 원유 해협 통과를 호송했으며, 이제는 기뢰 문제도 해결됐기 때문에 통항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5일 "해군으로부터 해협 국제수역 내 모든 기뢰가 제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의 해협 개방 선언 이후에도 이란 측 소행으로 추정되는 상선 공격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실제로 자유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오만 쪽 수로로 해협에 진입하던 유조선 1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피격됐다는 신고가 29일 오후 12시23분께 접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해협 통과는 여전히 위험하다. 최근 2주간 선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며 "많은 해운업체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출 물량 대부분을 홍해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와 미국 내 유가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
28일 국제유가 기준물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39센트 내린 배럴당 89.3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3센트 낮은 배럴당 83.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30일 기준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79달러로 전주 평균(4.099달러), 1개월 평균(4.099달러)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알자지라는 이에 대해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끝냈거나 적어도 완화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장악을 유지할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란의 기뢰 탑재 미사일 발사를 저지함으로써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 미군 판단으로 보인다.
이란 전역을 광범위하게 타격하는 과거 방식과 달리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한 소규모 공습이었던 것도 전방위 확전 의도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NYT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한 달 만에 단행한 군사행동은 대규모 폭격 재개라기보다는 제한적 공격에 가깝다"며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 육군 헬기가 해협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상선을 위협하는 이란군을 공격할 준비가 돼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측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혁명수비대가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무력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군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국영 IRIB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전 요르단 킹후세인 기지, 알아즈라크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핵무기 이상의 억지력으로 판단하고 총력 사수에 나선 이란 정권으로서는 미군의 자유 통항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란이 미국의 약점인 방공무기 고갈 문제를 겨냥한 걸프 각국 전방위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미 라라크섬 피격 전부터 미국의 '경제적 고립 작전'에 대응하는 군사적 공격 전망도 제기된 바 있다.
호세인 모헤비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이날 피격 뒤 "미군의 이번 공격은 트럼프의 전략적이고 치명적인 실수"라며 "심각한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