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용하기 쉬운 질문형·학술형 콘텐츠 설계
전문가 “챗봇 영향 가능해도 여론은 못 바꿔”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자체 분석과 미국 법무부에 제출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신고 자료를 토대로 ‘하노버 공공정책연구소’라는 웹사이트의 운영 구조를 보도했다. 하노버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보고서 124건을 발행했다. 전체 분량은 56만 단어가 넘었으며 12~13일 이틀 동안에만 73건, 약 35만4000단어가 올라왔다.
사이트를 만든 뉴욕 미디어 제작사 파이로는 하바스 미디어 독일법인을 거쳐 이스라엘 정부광고국(LaPam)을 대신해 하노버 보고서를 배포한다고 미 법무부에 신고했다. FARA는 외국 정부 등을 위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특정 대리인에게 관계와 활동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 법이다.
가디언은 하노버가 법인이나 단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이트에는 실제 주소와 직원 명단이 없고 보고서에도 작성자 이름이 없다. 이용약관은 ‘연구소가 설립된 주’의 법률을 따른다고만 적었을 뿐, 해당 주가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보고서 제목 124개 가운데 123개는 ‘반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인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벌이고 있나’처럼 이용자가 챗봇에 입력할 법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보고서는 세계은행과 유엔 기구,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 국제앰네스티 등을 인용하며 학술 보고서와 비슷한 형식을 취했다.
콘텐츠뿐 아니라 사이트의 기술적 설계에서도 AI 노출을 겨냥한 흔적이 발견됐다. 가디언이 이달 13일 보관한 ‘llms.txt’는 AI 시스템에 사이트 내용을 알려주는 일종의 안내 파일이다. 그러나 당시 파일은 하노버를 설명하지 않고 챗봇의 인용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홍보하는 상업 플랫폼 레스(Res)의 기본 문구를 담고 있었다. 이후 파일은 하노버 전용 내용으로 바뀌었고 사이트에서 레스의 이름도 사라졌다.
이런 설계는 파이로의 사업모델과도 맞닿아 있다. 파이로는 ‘AI 스토리 최적화’ 서비스를 소개하며 AI가 특정 브랜드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사이트를 조사한 퀸시연구소의 닉 클리블랜드-스타우트 연구원은 AI 답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챗봇의 실시간 검색에서 해당 사이트가 인용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료를 AI 학습 데이터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는 자료가 학습 데이터에 들어가면 출처 표시 없이 해당 논리가 답변으로 되풀이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하노버를 포함한 이스라엘의 해외 홍보 사업에는 상당한 돈도 투입됐다. 미 법무부에 제출된 작업지시서에 따르면 파이로가 하바스와 맺은 이스라엘 관련 홍보 계약 두 건은 모두 100만달러 규모다. ‘사실 기반 콘텐츠 사업’에 10만달러,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범사업’에 90만달러가 책정됐다. 하바스가 클록타워X를 포함한 미국 업체 두 곳에 지급한 돈도 모두 2489만여달러였다.
파이로와 하바스, 라팜, 레스는 가디언의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앞서 미국에서 영향력 공작을 벌이지 않으며 미국 법률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밝혔다. 파이로 공동창업자 대니얼 로젠버그도 회사의 목적은 이스라엘에 관한 검증 가능한 사실을 공개하고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리블랜드-스타우트 연구원은 하노버가 챗봇 답변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스라엘이 실제로 원하는 여론 반전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정책 자체가 많은 미국인에게 ‘계속 지지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는 점은 돌아보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정부는 정치적 문제를 마케팅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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