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대체지 ‘탄천물재생센터’ 가보니…길 건너면 송파 "주민들 환영"[르포]

기사등록 2026/08/27 15:54:32 최종수정 2026/08/27 16:42:20

대청·학여울역 도보권…최대 1만3000호 공급 구상

주민 "악취 없어지면 환영"…중개사무소 "압구정급 입지"

대체부지 확보 관건…실제 공급까지 5~10년 걸릴 수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공급 구상에 대한 대체부지로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1만~1만3000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와 마루공원 일대가 보이고 있다. 2026.08.2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이 시설만 옮길 수 있다면 압구정 못지않은 입지죠. 지금은 하수처리장 등 혐오시설 때문에 저평가된 곳입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인근에서 만난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용산공원의 대체부지로 거론된 센터 부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남 끝자락이긴 하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송파이고 지하철도 가깝다"며 "탄천 건너 송파 쪽 대단지와 비교하면 이쪽은 물재생센터나 지역난방시설 같은 시설들 때문에 주거지로서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안책으로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가 새로운 도심 주택공급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센터 이전을 전제로 이 일대에 1만호에서 최대 1만3000호 규모의 주택과 첨단산업·연구개발 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구상을 내놨다.

27일 기자가 찾은 탄천물재생센터는 지하철 3호선 대청·학여울역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개포·일원동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학교와 공원 등 생활 기반도 갖춰져 있었다. 탄천 건너편으로는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들이 이어졌다.

센터 주변에는 마루공원과 일원에코파크 등 녹지가 넓게 조성돼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원과 주거지가 어우러진 모습이었지만 안쪽으로 들어서자 하수처리시설과 슬러지 처리시설 등 물재생센터 시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 당시 센터와 마루공원 일대에서는 일각에서 제기한 코를 찌르는 악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한 주민은 "시설을 많이 개선해서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라며 "여전히 비가 오거나 바람 방향이 바뀔 때는 냄새가 상당히 심해 근처에서 산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입장에서는 물재생센터가 나간다고 하면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라며 "하수처리장뿐 아니라 주변에 소각시설과 지역난방시설도 있는데 이런 시설들이 없어지면 냄새가 덜 나고 훨씬 쾌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마루공원에서 바라본 탄천물재생센터. 2026.08.27. bsg0510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는 약 40만~50만㎡ 규모의 부지 가운데 절반가량을 주거 용도로 활용하고 나머지에는 첨단산업·연구개발 시설 등을 배치하는 '동남권 청년특화산업단지'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곳에 최소 1만호에서 최대 1만3000호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주택을 중심으로 공급해 일자리와 주거가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탄천물재생센터는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이견 속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정부가 용산공원 내 이미 훼손된 부지 등을 활용해 제한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 부지는 공원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 장관도 서울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를 활용한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강남권이라는 입지를 고려해 고급주택 중심의 개발보다는 공공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가능한 공공주택을 해서 청년이나 신혼부부 이런 사람들에게 공급될 수 있는 집을 우선적으로 짓자는 게 제 의견"이라며 "탄천 재생센터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지을지 서울시에 자료를 요청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공공주택을 해서 청년이나 신혼부부 이런 사람들에게 공급될 수 있는 집을 우선적으로 짓자는 게 제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입지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실제 개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 것은 현재 가동 중인 하수처리시설을 어디로 옮길 것이냐다.

일원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물재생센터라고 이름은 붙어 있지만 결국 하수처리장 아니냐"며 "동네에서는 나가면 당연히 좋지만 문제는 그 시설을 어느 지역이 받아주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도 몇 년씩 걸리는데 하수처리시설을 통째로 옮기려면 최소 10년은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장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장관 역시 시설 이전보다 이전 대상지를 정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주의 교도소 이전 사례를 들며 "교도소 이전 문제는 이전을 결정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짓겠다고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시설 자체를 없앨 수는 없으니 이전 대상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센터 내부에서도 이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 중심 입지인데, 여기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하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 설득 과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탄천물재생센터 이전을 위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 시장은 올해 말이면 조사를 끝내고 센터를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은 대청역이 가까워 편리하지만 이 일대도 조금만 나가면 차량이 많이 막힌다"며 "1만 가구 넘게 들어온다면 교통 대책도 같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탄천물재생센터와 용산공원을 어느 한쪽의 대안으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공급 후보지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방 되는 주택 공급 사업이 거의 없다. 아파트 하나를 짓는 데도 대개 10년 정도 걸린다"며 "탄천물재생센터도 개발할 수 있다면 개발하고 용산공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논리를 빼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며 "서울시와 국토부가 서로 대립하기보다 쌍두마차처럼 서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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