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행' 활동가, 여권반납명령 취소소송 패소…"국민 생명보호 공익이 더 커"

기사등록 2026/08/27 15:16:47 최종수정 2026/08/27 16:28:23

가자지구로 출국한 해초, 여권반납명령 불복 소송

"생명·신체 보호 공익 더 커…사실상 유일 조치"

"인도주의 신념 존중하나 헌법적 딜레마 안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선박에 탑승했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던 한국인 활동가가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활동가 김아현씨의 여권반납명령 취소소송 변론기일에 출석한 한 활동가. 2026.08.2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선박에 탑승했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던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씨(활동명 해초)가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27일 김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반납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외교부가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이미 프랑스로 출국했고 가까운 미래에 가자지구로 향할 것이 명백히 예상됐다며 "김씨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으므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했다.

김씨가 이미 출국한 상태였더라도 여권반납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여권법은 여권반납을 명령한 시점까지 출국 전일 것을 따로 요건으로 정하지 않는다"며 "처분 시점에 대상자가 이미 출국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여권반납명령의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여권반납명령이 비례원칙에 어긋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해외여행 자유와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활동 시도가 제한되더라도 김씨의 생명·신체 보호 및 국가의 안전·이익 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외교부가 실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조치였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추구하는 공익이 더 간절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가진 인도주의적 신념과 그에 따른 행동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고 인간의 존엄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최고의 가치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특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거주·이전의 자유 제한 정도 등을 종합하면 여권반납명령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보호수단이 없었다"며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조치와 당사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행사하려는 거주·이전의 자유 사이에서 헌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봉쇄에 반대하는 구호선단 '천 개의 매들린 호'에 탑승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중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현지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이틀 만에 풀려났다.

이후 지난 1월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에 다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3월 25일 김씨에게 여권반납명령을 내렸고, 처분은 같은 달 27일 김씨에게 송달됐다.

그러나 김씨는 이에 앞서 민변 대리인단에 소송 권한을 위임한 뒤 제3국으로 출국해 재차 가자지구행 구호선박에 탑승했다. 이후 지난 5월 가자지구 인근 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가 석방돼 같은 달 22일 귀국했다.

민변은 외교부 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지난 4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열린 첫 변론기일에도 직접 출석해 여권반납명령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외교부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피랍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처분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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