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135 두 대 8월21일 조기 철수…미군 "다른 작전 소요"
전문가 "기지 제공 비용 높여 미국·유럽 동맹 결속 압박"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6일(현지시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가리아 국민과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지원하면 공격 행위에 가담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은 자국을 겨냥한 공격이 시작된 곳을 타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문제 삼은 것은 불가리아가 미군에 기지를 제공한 사실이다. 불가리아 의회는 7월22일 중동 내 미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KC-135 공중급유기 최대 8대와 미군 병력 250명의 한시적 배치를 승인했지만 실제 배치된 항공기는 두 대였다. 이들 항공기는 지난 21일 불가리아 남동부 베즈메르 공군기지를 떠났다. 미군은 두 항공기를 다른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이동했다고 밝혔고, 불가리아 국방부는 주둔 기간에는 동맹국 영공에서 훈련 비행만 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 이란 정권 내부 인사 두 명을 인용해 이란군이 미국의 군사작전 확대에 대비해 불가리아 등 유럽 남동부의 미군 자산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불가리아 정부는 이후 베즈메르 기지의 경계를 강화하면서도 국가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토의 정보·안보 담당 사무차장을 지낸 데이비드 캐틀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아도 압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의 기지 사용과 병참 지원을 허용한 국가에 경고를 보내 미국을 돕는 정치·안보적 비용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이런 방식으로 동맹국 사이의 결속을 약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압박이 효과를 낼 여지는 나토 회원국들이 이란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데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와 항행 안전 확보에 나토 회원국들이 충분히 기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일부 회원국이 항행 안전 확보에 기여할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나토 차원의 공식 작전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리아가 공격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한 나토 조약 5조가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회원국이 자동으로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 주재 미 총영사관 이란지역사무소장을 지낸 앨런 에어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이 유럽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럽의 군사시설도 공격 후보에 들어갈 수 있지만, 나토의 본격적인 군사 개입을 불러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힐은 실제 공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공격 능력까지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 3월2일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가 이란제 샤헤드 드론에 맞아 경미한 피해를 봤다. 다만 키프로스 당국은 이 드론을 이란이 직접 발사한 것이 아니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쏘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친이란 세력의 드론 공격과 별도로 이란군도 같은 달 장거리 공격 능력을 드러냈다. 이란은 자국에서 약 3800㎞ 떨어진 인도양의 영국·미국 공동기지 디에고가르시아를 향해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으로 보도됐다. 나토도 튀르키예를 향한 이란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캐틀러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이 예상해 온 것보다 이란 미사일의 도달 범위가 넓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외교적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대규모 공습도 한동안 멈춘 가운데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별도로 경제 제재를 강화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4일 이란의 국제 금융·무역망을 끊는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하고 디지털 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분야에서 2차 제재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미국은 각국에 미국이 문제 삼은 이란 관련 거래를 중단할 기한을 제시하고, 이란의 자금 세탁이나 제재 회피를 돕는 기관은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모든 대이란 거래가 발표와 동시에 달러 결제망 퇴출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세예드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재정부 장관은 미국의 새 제재에 대비할 준비를 마쳤으며 수세적으로만 대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두바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 이란지역사무소장을 지낸 앨런 에어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경제적 고통을 키우면 이란 국민의 불만이 지도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미국의 계산이 잘못됐다며, 압박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란이 굴복하기보다 미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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