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창구 없다" 미·캐나다, 배수의 진…美중간선거 뒤까지 관세분쟁 대비

기사등록 2026/08/27 10:31:47

미국, 200억 달러 상당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

캐나다도 9월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15·25·50% 맞불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6일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0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양국 정부와 기업은 당장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양국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캐나다 공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양국 사이에 열린 소통 창구가 없다”며 협상 재개에 무엇이 필요한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국의 막판 협상은 지난 주말 결렬됐다. 미국은 협상 결렬 직후인 22일부터 1930년 관세법 338조에 따라 200억 달러 상당의 일부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의 보복관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는 이에 맞서 내달 8일부터 276억(캐나다달러)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품목별로 15·25·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같은 종류의 캐나다산 상품에 매긴 세율에 맞춰 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발표하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를 거세게 비난했다.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캐나다산 승용차와 트럭,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1일부터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자동차 관세가 실제로 확대되면 북미 자동차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부품은 완성차로 조립되기 전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기 때문에 관세가 겹쳐 부과되면 생산비가 급증할 수 있다.

[샬럿타운=AP/뉴시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주 샬럿타운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50%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 관세 등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4.
다만 추가 자동차 관세의 시행 예고일까지 4개월 이상 남아 있어 양국이 다시 협상할 여지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는 “물이 다리 아래로 조금 더 흐르게 두고 모두가 진정할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며 “9월까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12월에 상황이 어떤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24일 미국 측이 “올바른 태도”로 협상에 임하고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할 때만 협상장에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막판에 불공정한 요구를 추가했다며 미국의 서명은 때때로 “연필로 쓰인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양국이 합의해 서명한 내용도 미국이 나중에 뒤집거나 바꿀 수 있어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식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양국 산업계는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무역 의존 기업 모임인 전국대외무역위원회의 제이크 콜빈 회장은 “양측이 격렬한 협상 뒤 공개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면서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며 “관계가 더 악화하면 국경 양쪽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도 장기전에 대비해 관세 피해 근로자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WSJ은 캐나다 정부가 이번 주 50억 달러가 넘는 신규 지원책을 내놨고, 앞서 마련한 지원책도 약 2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왑 키뉴 매니토바주 총리는 카니 총리가 주정부 지도자들에게 수년간의 경제적 혼란에 대비하고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트럼프 행정부 이후까지 이어지는 다리”로 만들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재 관세 대상은 양국 교역 전체로 보면 제한적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새 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은 캐나다의 대미 수출액 중 약 5%, 캐나다의 보복관세 대상은 미국의 대캐나다 수출액 중 약 6%다. 추가 관세가 나오지 않는다면 양국 경제가 당분간은 현재 부담을 견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퍼트니=AP/뉴시스]11일(현지 시간) 미국 버몬트주 퍼트니의 중간선거 예비선거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2026.08.12.
경제학자들은 새 관세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경제에 미칠 전체 충격은 크지 않으며 경기침체를 일으킬 가능성도 낮다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 산업과 지역에는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 양국 교역 관계의 불확실성이 오래가면 기업들이 채용과 투자를 미루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치 일정도 조기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WSJ은 캐나다가 보복관세 품목을 정할 때 미국 중간선거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메인주와 미시간주 등 국경 지역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고 분석했다. 관세전쟁이 더 확대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에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도 오는 31일 하원의원 보궐선거 3곳을 앞두고 있어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유인이 있다.

캐나다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앵거스리드연구소가 22~23일 성인 1468명을 온라인 조사한 결과 76%가 협상 중단이 옳았다고 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맡았던 스티브 버휼 전 캐나다 수석무역협상대표는 “양국 관계가 분명히 훼손됐다”며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협상장을 떠날 때의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가 특히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당한 난관이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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