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오전 6시 40~50㎞ 탄력 적용
최근 5년 해당 시간 어린이 보행사고 '0'
안전시설 갖춘 곳만…연내 160곳 추진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어린이 통행이 드문 심야시간대 일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속 30㎞인 제한속도를 40~50㎞로 높이는 방안이 확대된다. 최근 5년간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전국 스쿨존에서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안전이 확보된 곳에 한해 속도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27일 어린이보호구역 시간제 속도제한 운영 기준을 개선해 적용 지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간제 속도제한은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시간대에 스쿨존 제한속도를 한시적으로 높이는 제도다. 2023년 9월부터 도입됐지만 올해 4월 기준 전국 1만5856개 스쿨존 가운데 84곳(0.5%)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경찰은 어린이 안전을 우선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통행이 거의 없는 심야까지 일률적으로 시속 30㎞를 적용하는 데 따른 불편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안전이 확보되는 시간대에는 국민 불편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정~오전 6시 '30㎞' 풀어…연결도로 따라 40~50㎞
시간제 속도제한의 기본 운영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다. 경찰이 최근 5년간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이 시간대에는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오전 6~8시에는 같은 기간 매년 1~2건의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지역별 교통 여건에 따라 오후 10시부터 시작하거나 오전 7시까지 연장하는 등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제한속도도 일괄적으로 시속 50㎞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스쿨존과 연결된 도로의 제한속도에 맞춰 대체로 40~50㎞로 조정된다. 시속 50㎞ 도로가 스쿨존 구간에서 30㎞로 낮아졌다가 다시 50㎞가 되는 경우 심야에는 50㎞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경찰은 기존 운영지역의 사고 분석 결과도 제도 확대의 근거로 제시했다. 현재 운영 중인 곳 가운데 1년 이상 시간제 속도제한을 시행한 39곳을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는 운영 전 72건에서 운영 후 55건으로 23.6% 감소했고, 사망자는 2명에서 0명으로 줄었다.
국내 어린이 교통안전 지표가 개선된 점도 경찰이 제시한 근거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어린이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평균 0.9명인 데 비해 한국은 0.3명으로 핀란드·스웨덴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경찰은 제도 확대 이후 사고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운영지역의 사고 발생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전국 6000곳 검토 가능…안전시설 갖춘 곳만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대상 도로다. 기존에는 편도 2차로 이상 도로만 시간제 속도제한을 적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편도 1차로 이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
보·차도 분리시설과 방호울타리, 횡단보도·신호기, 무인과속단속장비 등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 최근 3년간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도 2건 미만이어야 한다.
경찰은 현장 조사 결과 시간제 속도제한을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스쿨존이 전국 약 6000곳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체 스쿨존의 약 3분의 1이다. 다만 이면도로에 있거나 앞뒤 도로와 제한속도 차이가 없는 곳 등은 제외된다. 오르막·내리막이나 시야 확보 여부 등 개별 도로 여건도 실제 도입 과정에서 고려된다.
지역 주민과 학부모 의견도 반영한다. 개별 스쿨존에 시간제 속도제한을 도입하기 전 의견수렴과 관련 심의를 거치며, 반대 의견이 큰 경우 실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지난 4월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6.4%가 시간제 속도제한 운영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20%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였다.
◆연내 160곳 추진…지자체 예산이 관건
경찰은 연말까지 약 160곳에서 시간제 속도제한을 우선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대상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실제 운영 규모도 지역별 예산과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발표 직후 제한속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시간제 속도제한 표지 등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고 관련 심의와 현장 점검을 거쳐야 실제 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
확대의 관건은 지자체 예산이다. 별도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가 시설 설치와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한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표지판 등을 추가하는 곳은 1000만~2000만원가량이 들지만 시설을 대폭 보강해야 하는 곳은 1억원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시간제 속도제한 지역으로 지정된 뒤에도 사고 위험이 커지면 운영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 최근 3년간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하면 시간제 운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서영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과도한 규제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어린이 안전도 확보해 안전과 편의가 조화롭게 운영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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