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진짜 부자들'은 평소 어떤 옷을 입을까. 화려한 명품 로고를 앞세운 과시적 소비가 넘쳐나는 가운데, 일부 부유층은 오히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최고급 의류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온라인은 부유층 마케팅 전문가 니시다 리이치로의 분석을 소개하며, 최근 럭셔리 시장의 소비층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진짜 부자들'은 로고 없는 최고급 의류를 찾는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고 하나 박힌 티셔츠가 100만원대"
과거 부유층의 대표적인 옷차림은 고급 울 재킷과 캐시미어 니트, 장인이 만든 가죽 가방 등이었다. 소재와 재단, 장인정신 자체가 고급스러움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젊은 부유층과 신흥 부자,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면 티셔츠나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처럼 보이는 옷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큼지막한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혀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루이비통과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의 로고 티셔츠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디올과 구찌 등도 고가의 로고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니시다는 이런 변화가 명품 브랜드의 철저한 고객 전략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하나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고객보다 유행에 따라 새 제품을 계속 구매하는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고 분석했다.
니시다는 "수십 년간 입을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은 (기업 이익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강렬한 디자인과 거대한 로고는 반년만 지나도 누구나 유행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진짜 부자들'이 선택한 것은 로고 없는 옷
반면 이런 과시적 소비에 피로감을 느낀 전통적인 부유층과 고소득층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니시다는 주장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콰이어트 럭셔리'다.
콰이어트 럭셔리는 브랜드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최고급 소재와 정교한 재단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뜻한다. 겉으로 보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하지만, 가격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는 평범한 무지 티셔츠와 폴로셔츠 역시 이런 흐름의 사례로 꼽힌다.
겉보기에는 유니클로 제품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거나 맞춤 제작한 고가의 의류라는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옷"…또 다른 계층 과시라는 비판도
콰이어트 럭셔리를 두고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거대한 로고가 박힌 명품은 누구나 쉽게 브랜드와 가격을 알아볼 수 있다. 반면 로고 없는 고가의 옷은 소재와 재단, 색감만으로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그 가치가 드러난다. 이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또 다른 형태의 계층 과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시다는 콰이어트 럭셔리를 단순한 계층 간 과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진 진짜 부자들에게는 타인의 인정이나 SNS의 ‘좋아요’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지성을 브랜드 로고라는 외부의 기호에 맡기지 않으려는 심리가 콰이어트 럭셔리의 배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콰이어트 럭셔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새로운 흐름도 등장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젠틀 럭셔리(Gentle Luxury)'와 '레이지 럭셔리(Lazy Luxury)'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젠틀 럭셔리는 단순히 비싼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환경과 생산자의 노동 환경,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하는 소비 방식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천연 소재와 윤리적인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둔다.
레이지 럭셔리는 최고급 소재의 옷을 지나치게 격식 있게 입지 않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즐기는 스타일이다. 고급 캐시미어 니트나 실크 소재의 와이드 팬츠처럼 마치 집에서 입는 옷처럼 편안하면서도 소재와 재단은 최고급인 제품이 대표적이다.
결국 최근 부유층 소비의 흐름은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보다 '내가 얼마나 편안하고 만족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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