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 남쪽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항까지 어려워지면서, 홍해 북쪽을 통과해 지중해로 나가는 원유 물동량이 2개월 만에 3배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아라비아해 방면으로 원유를 내보내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중해를 거쳐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로 이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가 예멘 친(親)이란 후티가 공격을 벌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운송을 크게 줄이고 이집트 송유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해양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해 "8월 수메드 송유관으로 운송된 원유는 일일 190만 배럴 이상으로, 6월의 65만 배럴 미만 대비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2개월 만에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수메드 송유관 통과 원유의 대부분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생산분이라고 부연했다.
수메드 송유관은 홍해 북단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잇는 육상 수출입 창구로, 사우디가 점차 지중해를 통과하는 우회 수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사우디는 이란 전쟁 고착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서부 항구도시 얀부항을 통해 홍해로 원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후티가 대(對)사우디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물동량도 급격히 위축됐고, 이에 사우디는 운임 상승을 무릅쓰고 우회로 이용을 늘리고 있다.
NYT는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중국·한국·일본 등으로 향하는 항로는 기존 항로(아라비아해 방면)보다 2~4주 가량 더 걸리고, 추가 연료비와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배럴당 비용이 최소 5달러 증가한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해상 운송로 차단에도 사우디가 원유를 감산하거나 수출을 줄이지 않고 대체 항로 이용을 늘림으로써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닐 퀼리엄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사우디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국으로서 해야할 일을 정확히 하고 있다"며 "대체 항로를 활용하는 것은 사우디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NYT는 나아가 "분석가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의 수송 역량을 일일 200만 배럴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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