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사무 이관·외부 인권통제기구 거론
"청와대가 정보 경찰 포기 안 하면 어렵다"
"대통령·與 '하명수사' 안 통하는 것 감수할까?"
"국가경찰위 실질화가 먼저…수사 역량이 문제"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최근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경찰개혁에 나섰다. 어떤 형태의 개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경찰 개혁 기구 구성을 요청했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경찰개혁추진단을 꾸렸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2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국가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 개혁 기구에 대한 고민을 좀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김민석 당대표 직속으로 경찰개혁추진단을 꾸리고 김남희 의원을 단장으로 세웠다.
경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최근 잇단 경찰 수사 논란이 있다.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수사 무마·은폐 의혹에 이어, 제주에서는 고(故)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경찰이 허위로 종결 처리한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더구나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임박한 상황이라, 경찰의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통제 장치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겹쳤다.
앞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제주 사건과 보완수사권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사 불신과 권한 확대가 맞물리며 경찰개혁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모양새다.
◆"청와대가 정보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렵다"
경찰개혁네트워크 운영위원인 이창민 변호사는 "경찰개혁에는 스펙트럼이 있지만, 그동안 시민사회나 경찰개혁론자들이 말해온 수준의 경찰개혁은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로는 정보경찰을 꼽았다. 그는 "경찰이 갖고 있는 정보는 정권 유지뿐 아니라 인사혁신처의 인사검증 기초자료, 이른바 '세평' 자료로도 쓰인다"며 "청와대가 이걸 포기하지 않는 한 실질적 개혁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도 전면적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정권에 유리한 사안에 경찰이 알아서 기는 이른바 '하명수사'가 안 통하게 되는 걸 감수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태도가 없다면 경찰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도 "완결적 의미의 자치경찰제는 못 한다"며 "인사권까지 자치경찰위원회에 줄 수는 없고, 사무를 조금 더 나눠주는 방식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꼽은 현실적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자치경찰 사무 일부를 추가 이관하는 수준의 자치경찰제 보완, 그리고 수사에 대한 외부 인권통제기구 신설이다.
그는 "그렇다고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면서 "그거라도 만들어지면 큰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경찰위 실질화가 먼저…통제기구보다 수사 역량이 문제"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 형태에 그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실질적인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자체 개혁안의 한계에 대해서는 수사 역량 문제를 짚었다.
강 교수는 "장윤기 사건이나 제주 사건 이후 나온 대책들이 대부분 수사 인력 보강이나 인센티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정작 필요한 건 인력을 늘리는 게 아니라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수사관들은 중앙경찰학교 초임 때부터 체계적으로 역량을 키우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고, 직무교육도 일주일짜리에 그친다"며 "자기 보직에서 충분한 교육과 여건을 갖출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가경찰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와 개별 수사에는 개입하지 않는 '불개입 원칙'을 함께 제안했다.
한편 오는 31일에는 경찰청과 이상식 국회의원 등과 공동주관하는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및 경찰수사 혁신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서영교 법사위원장, 김영진 행안위원장 등 여당 의원이 대거 이름을 올렸고, 강소영 교수를 포함한 학계·시민사회·정부 인사가 토론자로 나선다.
경찰청이 주관하는 자리인 만큼 경찰 내부의 자체 개혁안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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