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업상속 제외시 지역 필수의료 붕괴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는 전날 전문직 간 형평성을 이유로 병원업을 일률적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정경제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앞서 병원과 약국,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사망자)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병원은 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과 같이 면허·자격이 요구되는 업종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에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유사 전문직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제외했다는 것이 재정경제부의 설명이다.
제도 본연의 목적인 전문 기술과 노하우의 승계는 유지하되, 상속세 회피 등 제도 악용을 방지하고 과도한 지원을 적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병원업의 특수성과 지역의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우선 전문직 배제가 당초 입법예고에서 명시된 기준이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초 개정안에서 명문화한 제외 사유는 ▲프랜차이즈 등 타인의 기술로 사업하는 경우 ▲부동산·이자·배당 등이 주된 소득인 경우 등 두 가지였는데,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전문직'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특정 업종을 배제하는 것은 조세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협회는 배제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병원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법상 의원과 병원은 명확히 구분되며, 병원은 3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00병상 이상으로 진료과별 전속전문의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병원은 단순히 개인 의사의 면허에 기반한 사무소가 아니라 시설과 인력, 자본이 결합된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다수의 보건의료 인력과 행정·지원 인력이 함께 근무한다. 입원과 수술은 물론 응급·중증환자 진료 등 필수의료 기능도 수행하고 있어 소수의 전문직으로 운영되는 개인 사무소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병원협회의 주장이다.
병원협회는 오히려 이번 개편이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회계사 사무소의 경우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승계할 유형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고객관계 역시 대표자 개인에게 귀속되는 특성이 있지만, 병원은 토지와 건물, 의료장비 등 상당 규모의 자산이 상속재산으로 평가돼 최고 50%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협회는 "같은 대우를 하는 것이 형평성이 아니라 병원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적용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개편안에서는 직접 제조·조리하는 음식점업 16개를 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제과·제빵 역시 국가기술자격 영역에 해당하는 만큼 단순히 자격이나 면허의 유무를 배제 기준으로 삼는 것은 기준의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입장이다. 제과·제빵 베이커리 카페 등의 경우 그동안 꼼수 상속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무엇보다 병원협회는 가업상속공제의 정책 목적을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가 단순히 전문직 간 세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계속적인 운영과 고용,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병원 역시 그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규모와 고용을 유지하는 제조업체 등은 지원하면서 대표자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병원을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에서도 개인이 개설한 병원이 의료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말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361개소 가운데 개인이 개설한 기관은 1928개소로 57.4%를 차지한다. 특히 병원급만 보면 1429개소 가운데 1084개소가 개인 개설로 75.9%에 달한다. 요양병원도 1287개소 중 657개소가 개인이 개설했다.
개인병원이 담당하는 고용 규모도 적지 않다.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개인병원 종사자는 추정 19만1963명으로 전체의 30.5%를 차지한다. 직종별로는 간호사 6만8705명, 의료기사 3만953명, 간호조무사 3만6511명 등이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협회는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병원을 단순한 '면허·자격 기반 전문직 업종'으로 분류하기보다, 고용과 투자, 지역사회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경제적·사회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지역주민의 입원·수술 및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상속 과정에서 과도한 세 부담이 발생할 경우 병원의 지속적인 운영과 고용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병원업의 실질적인 사업 구조와 고용 규모,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고려해 병원을 가업상속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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