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등 실종 허위종결' 구속된 부 경장, 범행 동기 밝히나

기사등록 2026/08/26 07:01:00

법원, 25일 영장 발부…직무유기 등 혐의 여전히 부인

'잘 있다'→'위치 발설 시 신고' 능숙해진 암장·거짓말

프로파일러 투입…1년여 간 종결 298건 전수조사 중

전·현직 서장 등 지휘라인 대기발령, 수뇌부 줄사과

대통령 "개혁기구 고민" 총리 "재발방지 마련" 지시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25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2026.08.25.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오영재 기자 = 가족들의 애타는 실종신고가 접수됐으나 무더운 여름 주검으로 돌아온 장미란(37·여)씨와 60대 남성. 이들 모두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소속이었던 부 모(30대) 경장의 사건 암장 피해자들이다. 부 경장이 왜 실종자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26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부 경장을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이다. 제주지법은 전날 부 경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을 발부헀다. 부 경장은 ▲5월15일 장씨 최초 실종신고 ▲7월2일 A(60대)씨 실종신고를 각각 허위종결하고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잘 있다"던 장미란, 결국 가족이 찾고 밝혔다

5월15일 오후 6시43분 112로 '장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동거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장씨가 12일 늦은 밤 제주시 한림읍 소재 거주지에서 외출한 뒤 사흘째 연락이 두절된 데다 가족과 지인들의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다. 이날 야간 당직자로 근무했던 부 경장은 현장에 출동하지도, 장씨와 통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신고 당일 장씨 가족에게 '장씨는 잘 있다. 연락됐다.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실종자 시스템에는 장씨를 '교통사고 사망자'로 지정해 관리 대상 목록에서 삭제되도록 했다.

2026년에 경찰관 1명이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의심조차 품지 않았던 가족들은 하루가 갈수록 안위를 걱정했다. 장씨 동거인은 지난 19일 한림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평소 장씨와 함께 산책하던 거리를 중심으로 찾아 나섰다' '집에 혼자 있기 답답해 차량을 타고 계속해서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7월17일 재차 장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허위로 기록된 내용으로 인해 신고 대상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틀 뒤인 7월19일 장씨 가족을 통해 실종신고가 이뤄졌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경찰이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2026.08.24. woo1223@newsis.com
경찰은 2차 실종신고 즈음에 부 경장에 대한 직무유기 정황을 확인하고 장씨를 장기실종자로 분류했다.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이미 휴대폰 기록과 금융거래내역 등 생활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난항에 부딪혔다.

가족들은 지난 8월19일 장씨의 인상착의와 가족 연락처, SNS 계정을 담은 전단지를 제작해 온라인을 통해 호소했다. 장씨 사건에 대한 사건일지를 실시간으로 기재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제보 전화를 받기 위해 공개한 연락처로 수 없이 많은 장난전화가 걸려와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사안이 커지자 경찰은 다음 날인 8월20일께 장씨 실종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닷새 만인 24일 오전 장씨는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 숲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거지와 400m,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최초 실종신고 101일 만이다.

◇"위치 알려주면 개인정보 유출한다고 신고" 진화한 암장

7월2일 도민 A씨에 대한 가족의 실종신고가 제주서부서에 접수됐다. 이 사건도 부 경장이 이 사건을 맡으면서 A씨 소재 파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부 경장은 가족 B씨 등에게 '아버지(A씨)는 휴대폰이 2개인데 그 중 1개로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됐다"고 알렸다.

또 'A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싫어한다' '만약에 알려주면 경찰관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내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고 하고 내부 시스템에도 기재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인근 소철나무 숲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추정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08.24. woo1223@newsis.com
지난 5월 '잘 있다'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실종자 위치 발설 시 자신이 피해를 입을 것처럼 임의로 상황을 설정했다. 가족들은 7월에만 추가로 두 차례 더 제주서부서를 찾아 A씨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다 장씨 실종사건 뉴스를 접한 뒤 재차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지난 22일께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숨져 있는 A씨를 찾았다. 최초 신고 51일 만이다.

◇끝까지 부인한 부 경장에 프로파일러…지휘부도 감찰

부 경장은 수사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실종자들과 통화를 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제주서부서 형사과장 등에게도 '연락을 하고 종결했다'는 취지로 허위로 보고했다. 경찰은 부 경장 휴대전화와 사무실 내 내선전화기 통화내역을 이미 살핀 것으로 파악됐다.

두 실종자들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확보해 대조한 결과 부 경장과 통화한 이력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부 경장이 실종팀에 근무하면서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을 대상으로 허위종결로 의심되는 사건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부 경장의 범행 동기를 두고 의아해 하고 있다. 일선 범수사부서 관계자들은 '부 경장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겨서 될 일이 아닌 데 그건 형사가 더 잘 알 것' '내부에서도 왜 사건을 임의로 처리했는지 궁금해 한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부 경장의 범행 동기 규명에 나선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경찰의 '실종자 허위 종결' 파문이 이어지는 25일 오후 사건의 관할서인 제주시 애월읍 서부경찰서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청은 제주 실종사건과 관련해 서부서 지위라인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6.08.25. woo1223@newsis.com
또 장씨 실종신고가 최초 접수된 5월께 재직한 전 제주서부서장과 현 제주서부소장, 형사과장과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감찰을 진행해 사건 처리 과정에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또 제주경찰청에 '일반경보'를 발령해 공직기강 확립과 경찰 조직 신뢰 회복에 기여해줄 것을 주문했다.

◇고개 숙인 조직 수장들, 피해 가족은 비난 자제 당부

지난 주말부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조직 최고 지휘부들의 사과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부 경장 사건 진상규명과 함께 청와대 국무회의 도중 한 성숙 국무총리에게 경찰 개혁기구에 대해 고민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 총리는 경찰에 '부 경장 사건' 재발방지 대책과 2차피해 엄정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장씨 실종 사건에 대해 "본연의 직무를 다하지 않은 경찰관 1명이 경찰 조직 전체의 신뢰를 깨버린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조직의 부적합한 경찰관을 걸러내는 자정작용을 해야할 당위성이 생겼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대한 불신과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장씨 가족은 지난 24일 온라인을 통해 경찰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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