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000㎞ 우주 조종하는 '손'…수명 다한 위성도 뒤집어 살려냈다[르포]

기사등록 2026/08/26 09:00:00

[현장]경기 용인 kt sat 위성관제센터 가보니

3만5786㎞ 상공 무궁화위성 5기 실시간 원격 제어…32년 무사고 관제

15년 수명 다한 'K6' 180도 뒤집어 재활용…남반구 오세아니아 개척

정지궤도 넘어 저궤도 군집위성 시대로…AI 자동 관제 시스템 구축 박차

[용인=뉴시스]25일 경기 용인시 kt sat 용인관제센터에서 접시형 안테나의 방위각 조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용인=뉴시스]윤현성 기자 = 25일 오전 경기 용인 kt sat(케이티샛) 위성관제센터. 직경 4.6m짜리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가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지상에서는 눈에 띌 듯 말 듯 한 미세한 각도 변화다. 하지만 수만㎞ 떨어진 우주에서는 도달 위치가 크게 달라진다. 센터 마당에는 이런 대형 접시 안테나 8기가 우주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용인센터가 관리하는 무궁화위성들은 지상 약 3만6000㎞ 상공에 떠 있다. 1994년 문을 연 이곳은 대전 부관제센터와 함께 K5·K6·K7·K5A·K6A 등 정지궤도 위성 5기를 24시간 운용한다.

◆초속 3㎞로 도는 위성…밀리미터 단위로 미세 조종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에서 보면 한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약 3만5786㎞ 상공에서 초속 3.075㎞로 지구와 함께 돈다. 태양과 달이 끌어당기는 힘이나 햇빛의 압력 때문에 궤도가 조금씩 어긋난다. 끊임없이 위치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용인센터 관제실 화면에는 위성 상태가 실시간으로 뜬다. 실시간 위성 운용 시스템(RTS)이 데이터와 신호를 모으면 관제사가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오차가 생기면 곧바로 명령을 보내 궤도와 자세를 수정한다. 보안을 위해 모든 시스템은 외부 인터넷과 단절된 폐쇄망으로 움직인다.

우주 쓰레기나 다른 위성이 다가오면 충돌 위험도 계산한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위성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회피 기동'을 펼친다. 지금까지 두세 차례 실제 회피 기동을 성공시켰다. 이곳 관제실에는 한국시간과 국제표준시(UTC)를 함께 표시한 시계가 있다. 위성에 명령을 내린 시점과 각종 운용 로그를 기록하고 해외 위성사업자와 정보를 주고받을 때는 UTC가 기준이 된다.

통신 신호 품질도 24시간 챙긴다. 지상에서 쏜 전파가 위성을 거쳐 잘 전달되는지, 전파 간섭은 없는지 살핀다. 용인과 대전 센터에서 총 32명의 베테랑 인력이 이 작업을 맡고 있다. 핵심 소프트웨어인 궤도 분석·예측 시스템도 국내 기술로 국산화했다. K7과 K5A에는 kt sa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산화한 비행역학 서브시스템(FDS)이 적용돼 국내 기술로 궤도를 분석·예측한다.
[용인=뉴시스]25일 경기 용인시 kt sat 용인관제센터에서 kt sat 위성관제본부 김기영 팀장이 kt sat의 관제 역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수명 다한 K6, 180도 돌려 남반구에 재배치

32년간 쌓은 노하우는 무궁화위성 6호(K6)에서 빛을 발했다. 2010년 발사된 K6는 지난해 15년 설계수명을 채웠다. 통상 수명이 다하면 폐기 절차를 밟는다. kt sat은 폐기 대신 위성을 재활용하는 길을 택했다.

K6는 원래 북반구인 한반도를 비추도록 만들어진 위성이다. kt sat은 위성 자세를 180도 뒤집는 초고난도 '반전 자세 전환 기동'을 단행했다. 궤도까지 다시 맞춰 남반구 오세아니아 시장에 통신 서비스를 새로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기체를 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K6는 구형 지구센서를 탑재해 각도를 조금만 잘못 틀어도 지구를 놓칠 위험이 컸다. 관제팀은 과거 설계 문서를 샅샅이 뒤져가며 안전한 각도를 찾아냈다. 수명이 끝난 위성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힌 셈이다.

해당 작업에 직접 참여한 김기영 kt sat 위성컨설팅팀 팀장은 "자세 제어와 궤도 운용은 물론 위성체와 탑재체 실시간 모니터링, 전력 및 열 환경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고난도 엔지니어링 작업이었다"며 "숙련된 관제역량을 통해 설계수명이 다한 위성을 창의적으로 재활용하여 위성 자산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용인=뉴시스]25일 경기 용인시 kt sat 용인관제센터 내 전시관에서 kt sat 위성관제본부 이훈철 본부장이 위성 관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정지궤도 5기서 저궤도 수천기로…AI 자동 관제 속도

kt sat의 다음 목표는 저궤도(LEO) 위성이다.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저궤도 위성은 지구 주변을 빠르게 이동한다. 끊김 없는 통신을 제공하려면 수백, 수천 기의 위성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한다. 한 번에 수많은 위성을 관리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kt sat은 기존 경험을 토대로 '군집위성 자동 운용'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도 도입한다. 장비 설정과 단순 명령 준비 같은 반복 작업을 AI에 맡겨 실수를 줄인다. 향후 이상 징후 탐지와 충돌 회피까지 AI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다만 아직 AI가 실제 관제업무에 폭넓게 적용된 단계는 아니다. 김 팀장은 "현재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크게 많지는 않다"며 상당수가 연구·개발 단계라고 말했다.

32년간 정지궤도 위성을 직접 운용하며 쌓은 경험을 수백·수천기의 저궤도 위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체계로 어떻게 확장할지가 kt sat의 또다른 과제다.

최성호 kt sat 기술총괄(전무)는 "32년간 우주만을 바라본 kt sat의 용인센터는 수없이 축적된 우주 데이터와 실제 운용에서 비롯된 경험과 노하우들로 글로벌 수준의 관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며 "독보적인 노하우를 저궤도 위성과 차세대 6G 위성통신에 적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위성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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